[책마을] 뮌헨 개선문에 새겨진 독일의 불편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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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7
독일사 산책
닐 맥그리거 지음 / 김희주 옮김 / 옥당 / 584쪽 / 2만8000원

남면은 2차 세계대전 때 훼손됐다. 독일은 이를 보수하면서 파괴된 세부 양식을 복구하는 대신 빈 돌 하단에 ‘승리에 헌정되고 전쟁으로 파괴돼 평화를 역설하는’이란 문구를 새겨 넣었다. 런던과 파리의 개선문이 승리의 순간만을 떠올리게 해 준다면 뮌헨의 개선문은 한 차례 파괴된 사실을 함께 알려준다. 독일의 일부가 언제든 적이 될 수 있다는 불편한 사실도 담았다. 뮌헨 개선문은 바이에른의 군대에 헌정됐는데, 바이에른은 나폴레옹 전쟁 당시 프랑스와 연합해 독일의 다른 국가들을 공격했다.양면성을 지닌 이 건축물은 일관성 있는 국가 신화를 만들고자 노력했지만 내리 실패한 독일의 역사와 닮았다. 그간 독일 학자들은 1차 세계대전 패배, 바이마르 공화국 붕괴, 나치 정권의 범죄 등 훼손된 기억과 18~19세기 독일이 거둔 빛나는 학문적·문화적 성과 등을 한 바구니에 담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누구도 단일한 국가 서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애초에 독일은 정치 분권화 기간이 길었다. 신성로마제국은 소속감의 토대를 마련했을 뿐이다.

원제는 ‘독일, 국가의 기억(Germany, memories of a nation)’이다. ‘독일사 산책’이란 한가로운 느낌의 의역된 제목과 긴장감이 떨어지는 커버 디자인, 제목 서체 탓에 가벼운 역사 대중서로 보이기 쉽지만 역사의 정의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 세심한 카테고리 분류가 돋보인다. 불가피하게 합일성을 찾을 수 없었던 독일의 역사를 더듬어가다 보면 독일 역사학자 미하엘 슈튀르머의 말을 되새기게 된다. “오랫동안 독일에서 역사의 목적은 그런 일이 절대 재발하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