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신드롬] "거스를 수 없는 진화…AI가 사람 일 대체하면 새로운 일 만들면 돼"

인공지능 혁명 (2) 'AI 공포' 딛고 기회로 활용하자

기업인들 우려보다 기대 "막연히 두려워할 필요없어"
로봇변호사·애널리스트…의료·금융·법률 등 확산
인간과 인공지능 공존할 사회적 논의 시작해야
구글의 알파고가 무한대의 변수를 가진 바둑 대국에서 인간을 넘어설 가능성을 보여주자 인공지능(AI)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생겨나는 4차 산업혁명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로봇과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대신하고 일자리가 없어지는 재앙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산업현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인 사이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기술 진화는 거스를 수 없고 인간이 잘하던 일을 뛰어넘을 것”이라며 “사람 일을 인공지능이 대체하면 사람은 그것에 맞는 또 다른 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막연히 두려움에 떨기보다는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안승권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는 “인공지능 사회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생활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보완해 주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해 가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료·법률 등 무한 확장

인공지능 기술은 의료 금융 법률 등 이미 다양한 일상에 접목되기 시작했다. IBM은 최근 인공지능 ‘왓슨’을 이용한 로봇 변호사 ‘로스’를 선보였다. 로스는 음성 명령만으로 원하는 판례 등 법률 정보와 승소 확률 등을 알기 쉽게 보여준다. 연내 미국 변호사 시험에도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금융 분석 시스템인 ‘켄쇼’를 도입했다. 켄쇼는 평균 연봉 35만~50만달러의 애널리스트가 40시간 걸릴 일을 단 몇 분 만에 해치운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도 자산관리 업무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자산관리 전문가인 프라이빗뱅커(PB)가 사용자 성향에 맞춰 어떤 기업이나 상품에 투자해야 할지 등을 조언해준다. 이메일, 전화통화 등을 토대로 분석할 수 있는 투자 성향 카테고리만 99개에 달한다.

미국 텍사스 MD앤더슨 암센터, 뉴욕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 암센터 등 대형 병원들도 인공지능으로부터 암 진단 및 치료에 도움을 얻고 있다. 정확도가 90%를 넘을 정도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서비스 품질은 높아졌지만 안정적인 직장으로 꼽혔던 변호사 의사 은행원 등 전문직도 과거와 위상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인류 멸망시킬 발명품” 지적도

세계경제포럼(WEF)은 최근 발표한 ‘직업의 미래’ 보고서에서 2020년까지 인공지능 등 신기술의 발전으로 500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선진국과 신흥시장을 포함한 15개국에서 사무·행정직 등 700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반면 늘어나는 일자리는 컴퓨터 수학 등 200만개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세계적인 석학이나 전문가들의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하워드 유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교수는 지난 9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후 “알파고의 승리는 게임체인저”라며 “이 9단과의 남은 대국 결과에 상관없이 알파고가 학습하고 전략을 세운다는 사실 자체가 인간을 넘어서는 인공지능의 미래를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세계적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교수는 “인류는 100년 내에 인공지능에 정복당할 것”이라고 했고 테슬라의 창업자 엘론 머스크도 “인공지능의 연구는 악마를 소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인공지능의 문제점을 설파하는 대표적 인물인 닉 보스트롬 옥스퍼드대 교수 역시 “사람보다 똑똑한 기계는 인류를 멸망시킬 인류의 마지막 발명품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공지능 개발에서 무조건 효율만 따질 것이 아니라 인간과의 공존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술이 불러올 미래를 굳이 어둡게 전망할 필요는 없지만 정부와 사회가 인공지능의 발전상을 진지하게 곱씹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FT는 “무분별한 유전자 조작을 규제하기 위해 운영하는 인간수정배아관리국(HFEA)처럼 인공지능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외부 감시기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호기/안정락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