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드러낸 통화정책] '채권왕' 빌 그로스 "선진국 채권값 지금이 천장" 주장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앞으로 금리를 더 낮출 생각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중앙은행들의 경쟁적 금리 인하를 통한 환율 전쟁을 전제로 했던 그간의 투자 지형도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채권왕’이란 별명이 있는 빌 그로스 야누스캐피털 펀드매니저(사진)는 10일(현지시간) 블로그에 “선진국 시장의 채권금리가 바닥을 쳤다”고 적었다. 그는 ECB가 이번에 내놓은 정책이 “통화정책이라기보다 재정정책 위주였다”며 “세계 통화정책의 경로가 빠르게 닫히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금리가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시기에는 채권값이 상승하지만, 반대로 금리가 오르는 시기엔 채권값이 떨어진다. 채권금리가 바닥을 쳤다는 그로스의 발언은 지금 채권값이 ‘꼭지’라는 뜻이기도 하다.

ECB가 마이너스 예치금 금리 정책을 쓴 이후 독일 국채 등 유럽 채권 가운데 상당수는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됐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ECB가 앞으로 마이너스 금리 폭을 더 확대(추가 금리인하)할 것이며 이에 따라 채권값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사는 경우도 많았다.

ECB가 더 금리를 낮추지 않는다면 채권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유럽이 금리를 더 낮추지 않는다면 다른 선진국도 금리를 더 떨어뜨리기 힘들다.

다만 ECB가 새로 매입 대상에 포함한 유럽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ECB가 사주기로 한 만큼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거나, 하락폭이 줄어들 수 있다. 파이어니어인베스트먼트의 탕이 르 사우트는 이날 “오늘의 확실한 승자는 유럽의 회사채 시장”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