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드러낸 통화정책] ECB, 유럽 은행에 '마이너스 금리'로 대출…사실상 보조금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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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대출프로그램 시행
실물경제에 대출 확대 촉진
은행 수익성 개선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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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는 10일(현지시간) 목표물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 Ⅱ)을 다시 시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금리 하한을 ‘예치금 금리(연 -0.4%) 수준’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이 예치금이 아니라 대출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세계 중앙은행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ECB는 2014년에도 한 차례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그때는 기준금리에 0.1%포인트 정도 금리를 얹는 선에서 대출해줬다. 이번엔 다르다. 일단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시중은행은 기업이나 가계(주택담보대출 제외)에 빌려준 돈(1월 말 기준)의 최대 30%를 ECB에서 기준금리(현재 0%)로 빌릴 수 있다. 그리고 추가로 대출을 확대하면 그만큼 마이너스 금리(최저 연 -0.4%)로 돈을 더 빌릴 수 있다. 제일 나쁜 대출조건은 무이자고 제일 좋은 조건은 보조금을 연 0.4%만큼 받는(대출 원금이 줄어드는) 대출인 셈이다.
은행들은 ECB에서 돈을 받아 민간에 대출해주는 데 대한 수익성이 한층 높아지게 된다. 은행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일본은행이 예치금을 여러 갈래로 나눠 일부 예치금에 대해서만 마이너스를 적용하기로 한 것과 대조적이다.
ECB는 이 제도가 은행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물가상승률을 2%에 근접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시장의 기대도 큰 편이다. BNP파리바 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의 리처드 바웰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중앙은행이 연 -0.4%에 대출해준다는 것은 상당히 큰 거래(빅딜)”라고 평가했다.
영국계 자산관리회사 인베스텍은 “TLTRO Ⅱ는 마이너스 금리로 인한 은행 수익성 악화를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당근’을 제시한다 해도 위험 회피 심리가 더 크다면 은행들이 대출 규모를 쉽게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