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HTS, 애널리스트 수백명 역할 한다"

고수에게 듣는다 - 전진호 유안타증권 온라인전략본부장

AI 적용한 '티레이더' 2010년 업계 첫 도입
10여년 축적된 빅데이터로 적절한 매매시점 알려줘
시장심리에 흔들리지 않아…매도시점 잘 잡아
“주식 투자를 할 때도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유안타증권은 2010년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 종목추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도입했다. ‘티레이더’라는 이름의 이 HTS는 수십대의 서버로 구동된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5000개가 넘는 각종 변수와 10여년간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투자자에게 적절한 주식매매 시점을 알려준다. 유안타증권은 다른 증권사가 쉽게 흉내 내지 못하도록 특허청에서 관련 특허권도 취득했다. 전진호 유안타증권 온라인전략본부장(사진)은 “바둑에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초고수 바둑기사 여러명의 기력에 맞먹는 실력을 보인 것처럼 HTS에 적용된 AI가 애널리스트 수백명이 근무하는 초대형 리서치센터 역할을 해낸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AI가 사람보다 주식 투자를 얼마나 잘하나.

“유안타증권 HTS는 매일 일반 주식투자자와 티레이더 간 수익률을 비교해 보여준다. 티레이더가 시키는 대로 투자했을 경우 보통 두 배 이상 수익률이 높았다.”

▷수익률이 어떻게 다른가.“예를 들어 2010년 6월 LG화학 주식을 산 일반투자자는 지난 9일까지 누적수익률이 2.41%였다. 티레이더는 176.95%다. 적절한 타이밍에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면서 수익률을 세 자릿수로 불린 것이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 주식도 일반투자자 수익률이 41.47%인데 비해 티레이더는 124.69%였다. 삼성전자도 같은기간 단순 주가는 48.18% 오른 데 비해 티레이더에 따라 매매했다면 80.48%의 수익률을 거뒀을 정도로 티레이더가 월등했다.”

▷AI가 손실을 기록한 사례는 없나.

“AI는 시장 심리에 흔들리지 않다 보니 매도 시점도 잘 잡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2010년 6월 포스코 주식을 샀을 경우 일반투자자는 현재까지 수익률이 -53.92%지만 티레이더는 -2.78%에 그쳤다.”▷AI로 해외 주식 투자도 가능한가.

“중국 본토주식 투자자를 위한 ‘후강퉁(상하이증시와 홍콩증시 간 교차매매) 티레이더’가 있고, 홍콩과 중국 선전의 증시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선강퉁’이 오는 6월께 시행되면 투자종목이 더 확대될 예정이다.”

▷중국 증시가 많이 떨어졌는데, 손실은 없었나.“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5170선을 돌파한 작년 6월15일께 티레이더가 갑자기 유안타증권 5000여명의 고객에게 매도 신호를 내렸다. 열흘 뒤 상하이종합지수는 3500선까지 폭락했고 현재 2800선까지 떨어졌다.”

▷티레이더의 작동 원리는 무엇인가.

“영업 기밀이라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크게 실적, 수급, 기술적 분석(차트)을 기반으로 주가를 예측한다. 1800여개 상장 기업의 실적 공시가 나올 때마다 거래소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받아 순이익증가율, 부채비율, 이자보상비율 등 재무를 분석한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주가수익비율(PER) 등으로 주가가 적절한지를 본다. 채권시장과 연동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바꾸면 그 영향도 바로 반영된다. 수급 측면에서도 외국인 기관 등 ‘큰손’들의 대량매매 데이터를 파악해 매매 타이밍을 잡는다.”

▷티레이더는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나.

“유안타증권은 작년 11월 대만 유안타 본사에 한국의 티레이더를 역수출했다. 현지 시장점유율 1위인 대만 유안타 영업직원 2000여명이 한국 정보기술(IT)이 접목된 AI를 활용해 고객을 상담해주고 있다. 대만 등에서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수요가 많아져 티레이더 미국판도 개발하고 있다.”

▷티레이더는 중국 증시를 어떻게 보나.

“현재 매도보다 매수 신호가 짙다. 중국 증시 시가총액은 작년 6월 국내총생산(GDP) 수준인 10조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 6조달러로 떨어졌다. ‘증시가 GDP의 60~70% 수준일 때 투자한다’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말대로라면 지금이 투자 적기다.”

▷중국 주식 중 추천 종목은.

“10년 전 아모레퍼시픽, 하나투어, 동원산업 주식을 사뒀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투자자를 많이 본다. 그런 주식을 지금 중국에서 찾으면 된다. 중국의 여행, 화장품, 면세점, 외식, 택시, 안경, 헬스케어 관련 주식이 유망하다. 현재 중국의 연소득 1만달러 이상 국민은 1억명인데 2020년에는 5억명으로 늘어난다. 그들이 어디에 돈을 쓰겠는가.”

▷한국 주식시장 전망과 추천 종목은.“산업구조의 고도화 때문에 박스권을 탈출하는 것은 힘들다. 추가 상승은 국내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확대하느냐에 달려있다. 종목 중에서는 ‘제2의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를 찾아야 한다.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도 연간 600만명인데, 조만간 1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다. 그 수혜주를 찾으면 된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