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동부제철 '새 주인 찾기' 탄력 받는다

채권단, 2000억원 출자전환 합의

주식은 4 대 1 비율로 감자…상장폐지 위기서 벗어나

인천스틸 부동산 따로 팔아…5000억 추가 확보 방안도 검토
"성사 땐 인천스틸-동부제철 합병"
▶마켓인사이트 3월14일 오후 4시30분

동부제철 채권단이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동부제철에 2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회사 보유자산을 팔아 약 50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산 매각으로 몸집이 줄어들면 동부제철 매각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부제철 채권단은 이날 동부제철 채권 2000억원어치를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 안건을 의결했다. 채권단은 기존 주식에 대해 4 대 1 비율로 감자한 뒤 주당 1만원에 채권을 주식으로 변환하기로 했다.

출자전환 가격은 지난달 거래정지 당시 동부제철 주가인 2500원의 네 배다. 주당 2500원 기준으로 주식 8000만주를 인수할 수 있지만 신주에 대해서도 4 대 1 감자를 거쳐 2000만주를 인수하는 형태다.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동부제철의 채권단 지분율은 종전 51.4%에서 90% 수준으로 오른다.

동부제철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년 연속 자본금의 50% 이상이 잠식됐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은 50% 이상 자본잠식이 발생한 기업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한 뒤 2년간 이 상태가 유지되면 상장폐지한다. 동부제철은 출자전환으로 자본잠식을 해소하게 됨에 따라 상장폐지를 면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채권단은 향후 동부제철의 자산 일부를 매각하고 합치는 방식으로 회사의 몸집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부제철의 자산은 당진공장과 자회사인 동부인천스틸(옛 동부제철 인천공장)로 나뉜다.채권단은 당진공장의 열연용전기로를 한 국내 종합상사를 통해 이란 등 중동에 내다파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열연용전기로 매각이 이뤄지면 약 1000억원을 확보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동부인천스틸이 보유한 부동산도 팔 계획이다. 동부인천스틸의 장부가는 6200억원 정도다. 이 중 부동산 가치가 4000억~5000억원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채권단은 부동산 인수 후보가 등장하면 동부인천스틸이 보유한 기계 등 자산을 동부제철 당진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회사 자산은 동부제철 당진으로 몰아놓고 동부인천스틸 부동산만 따로 팔 수 있는 구조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방안이 성공하면 동부인천스틸과 동부제철은 사실상 합병 절차를 밟을 것이란 전망이다.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당진 열연공장과 동부인천스틸은 동부제철 매각에 걸림돌이던 자산”이라며 “이를 분리 매각해 5000억원가량을 확보하고 출자전환이 마무리되면 동부제철 매각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김일규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