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 만리장성 못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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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강력한 조치에 '위안화 강세'…'위안화 약세' 베팅한 헤지펀드 손실
환율전쟁 초반, 중국 정부 승리…미국 달러의 약세 전환도 한몫
위안화 중장기 전망 엇갈려…최종 승자 누가 될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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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위안화 가치가 2월 중순 이후 뜻밖의 강세 흐름을 지속하면서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을 비롯해 위안화 약세에 투자한 헤지펀드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14일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작년 8월11일 위안화 가치를 대폭 평가절하한 뒤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6.6위안 밑으로 떨어지면 수익을 올리는 통화옵션에 대거 투자했다. 위안화 가치는 올 들어 가파르게 하락해 지난 1월7일에는 달러당 6.5998위안까지 추락했다. 당시만 해도 위안화 가치는 당장 6.6위안 밑으로 떨어질 것처럼 보였다.◆초반 전투는 중국 정부의 승리
소로스 회장도 지난 1월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불가피하다”며 위안화 가치 하락에 베팅했다고 밝혔다. 당시 국제금융시장에선 위안화 가치 하락을 기대하는 심리가 팽배해 있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닷새 뒤 1월26일자 해외판 1면에 ‘중국과 통화전쟁을 벌인다고? 하하’란 도발적인 제목의 사설을 게재, “(소로스의) 무모한 투기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미국 월가 헤지펀드업계의 거물들이 속속 위안화 약세 베팅에 합류하면서 사태는 헤지펀드와 중국 정부 간의 ‘환율전쟁’으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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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환율전쟁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갈린다. 로이 테오 ABN암로 싱가포르법인 수석전략가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 안정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에 위안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길 바라는 투자자들은 모두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수트린 로열뱅크오브캐나다 아시아외환전략가는 “위안화는 미국 달러화 대비 고평가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12개월간 달러당 7.1위안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안화 약세론자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설 경우 위안화 가치가 다시 한 번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