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의 삶과 사랑, 예술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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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공연·세미나 등 행사 줄이어천재 화가 이중섭(1916~1956·사진)은 한국인에게 각별한 대상인 소의 특성을 선하면서도 우직하게 묘사했다. 6·25전쟁을 피해 1951년 가족과 함께 제주 서귀포에서 1년 가까이 산 시점을 경계로 민족적인 주제의식에서 점차 자전적인 내용으로 옮겨갔다. 서귀포 시절에는 소를 중심으로 한 향토적·서정적 주제에서 벗어나 아이들과 게, 물고기, 가족을 다룬 자전적 요소가 한층 두드러진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제주와 서울에서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기리는 다채로운 문화예술 행사가 열린다.
서울미술관, 16일부터 '황소' '길' 등 수작 20점 선봬
◆다시 보는 35억6000만원짜리 ‘황소’서울 부암동에 있는 서울미술관은 16일부터 두 달간 이중섭 탄생 기념특별전을 연다. ‘이중섭은 죽었다’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2010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35억6000만원에 낙찰된 ‘황소’를 비롯해 ‘싸우는 소’, 풍경화 ‘길’과 ‘통영 앞바다’, 담뱃갑 속 종이에 그린 은지화 ‘가족’, 자화상 등 수작 20점을 내보인다. 출품작의 보험가액만 200억원에 달한다.
서울미술관은 전시장 전관을 이 화백이 묻힌 서울 망우리 공동묘지를 비롯해 창작에 몰두하던 정릉 청수동, 가장 행복해 하던 통영 시절, 피란지 부산과 서귀포 등 10개 섹션으로 나눠 그림과 편지 등 다양한 자료를 함께 배치해 인간 이중섭의 발자취를 재현했다. 이 화백이 머문 공간을 체험하는 동시에 당시 제작된 작품을 만나보며 그의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6월3일부터 10월3일까지 서울 덕수궁관에서 ‘백년의 신화-이중섭’전을 마련한다. 뉴욕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은지화 석 점을 비롯해 국내외 미술관 소장품, 개인 소장자가 가지고 있어 일반인은 보기 어려운 작품 등 150여점을 전시한다. 1986년 서울 호암갤러리에서 열린 ‘이중섭 30주기전’ 이후 최대 규모 작품전이 될 전망이다.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은 다음달 30일까지 미공개 자료전을 열고 6·25전쟁이 절정이던 1952년부터 정전 후인 1954년까지 이중섭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 9점을 전시한다. 이중섭의 부인 이남덕 여사가 소유한 편지다. 유족의 뜻에 따라 일본어로 된 원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번역본을 통해 당시 이중섭의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또 이중섭의 미공개 소장품을 펼쳐 보이는 작품전(7월5일~내년 1월29일)도 마련한다.
◆연극 ‘길 떠나는 가족’도 공연공연 무대에서도 이중섭의 예술혼을 만날 수 있다. 연희단거리패는 오는 5월27·28일 서귀포 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이중섭의 삶과 예술을 재구성한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을 무대에 올린다. 또 제주도립 서귀포예술단은 9월9일과 10일 서귀포 예술의전당에서 이중섭과 서귀포의 환상을 담은 창작 오페레타 콘서트를 연다. 김복희무용단은 7월 현대무용 ‘달과 까마귀’를 무대에 올려 이중섭의 기구한 삶을 몸짓으로 풀어낸다.
이 밖에도 6월1일에는 이중섭에게 보내는 그림 편지책 발간 행사, 9월에는 이중섭 세미나와 이중섭예술제, 탄생 100주년 학술심포지엄이 예정돼 있다. 그동안 이중섭 예술세계 조명에 공을 들여온 박명자 갤러리 현대 회장은 “이중섭은 서민의 전통적인 가족 일상에서 예술을 뽑아냈다”며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미술 전시와 공연 무대를 통해 그의 예술세계를 다시 만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