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원 "무희와 공주 오가며 인도풍 이색춤 보여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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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라 바야데르'서 니키아·감자티역 맡은 이은원“‘라 바야데르’의 두 주인공 니키아와 감자티는 상반된 인물입니다. 지고지순한 무희 니키아로 무대에 설 때에는 차분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표독스러운 악녀 감자티일 때에는 도도한 악녀가 돼야합니다. 한 공연에서 이런 두 역할을 모두 소화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만큼 배울 게 많아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은원(25)은 오는 30일부터 내달 3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발레 ‘라 바야데르’에서 니키아와 감자티 역을 번갈아 연기한다. 30일과 다음달 3일 공연에선 니키아, 다음달 2일 공연에선 감자티로 무대에 오른다. 예술의전당 국립발레단 연습실에서 만난 이은원은 “리허설 때에도 두 역할을 번갈아 연습한다”며 “각 역의 감정에 얼마나 재빨리 몰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이 작품은 고대 인도 힌두사원을 배경으로 무희 니키아와 전사 솔로르, 공주 감자티 사이의 삼각관계 이야기를 그린다. 화려한 무대 세트와 110여명의 출연진, 200여벌의 의상이 등장하는 대작으로 ‘발레 블록버스터’로 불린다.
“두 가지의 서로 다른 느낌을 주는 무대를 한번에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1~2막에서는 승려와 황금신상, 무희 등이 정형화된 발레 동작 대신 인도 풍의 이국적인 춤을 선보입니다. 3막에선 정통 고전발레를 볼 수 있어요. 흰색 옷을 입은 32명의 무용수가 검푸른 무대에서 줄지어 춤을 추는 아라베스크(한쪽 다리로 중심을 잡고 다른 쪽 다리는 무릎을 편 채 90도 이상 뒤로 올리는 동작) 군무가 나오죠.”
서로 상반된 매력이 있는 무대가 한 작품에 모였다. 무대에 오르는 이은원도 비슷하다. 30일과 다음달 3일에는 지고지순한 무희 니키아를, 다음달 2일에는 표독스러운 공주 감자티 역할을 오가며 춤춘다. 2013년 국립발레단 공연에 이어 두번째다. 그는“니키아와 감자티가 공연 전체의 감정선을 이끌어간다”며 “표정과 몸 연기만으로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섬세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감자티 역은 단숨에 상황의 주도권을 쥐고 흔드는 강한 연기를 펼쳐야 합니다. 평생 부족한 게 없어 도도한 공주를 표현해야 하거든요. 실제 제 모습과는 달라서 그런 감정을 드러내는 게 쉽지만은 않아요.”
그는 “공연 경험을 쌓으며 이전보다 여유가 생기고 등장인물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3년 공연과 인물 해석이 달라진 부분도 있다. “전형적인 발레 여주인공은 첫사랑에 빠진 순수하고 가련한 인물이에요. 초연 때에는 니키아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닙니다. 첫 장면부터 솔로르와 사랑을 하고, 그를 지키기 위해 공주에게도 칼을 들고 대드는 강단이 있으니까요. 이번 무대에선 순결하지만 어리지 않은, 성숙한 여인으로 표현하려고 합니다.”
이은원에게는 한때 ‘초고속으로 성장한 신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일곱 살 때 발레를 시작해 그해 국립발레단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중학교 졸업 뒤에는 고등학교를 건너뛰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졸업과 함께 국립발레단에 입단했고, 2년만인 2012년 수석무용수로 발탁됐다. 그는 “여전히 한달에 토슈즈를 20켤레 넘게 바꿔야할 정도로 연습한다”며 “이전엔 동작과 기술에 집중했다면 이젠 공연 전막의 감정선과 무용수간 조화를 신경쓰는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점점 작품 전체를 보는 눈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 인물이 이런 면도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그러다보니 전막 이야기 연결도 더 잘 되고요. 여러 경험에서 얻은 여유를 가지고 성숙한 춤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