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끝장"…은행, 주거래계좌 확보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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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이동제에 ISA까지…금융소비자 대이동 현실화국민은행은 다음달 LG유플러스와 제휴해 거래 실적에 따라 매월 데이터를 주는 수시입출금식예금을 내놓을 예정이다.
수수료 면제·경품 등 '당근' 내놓고 소비자 유치 경쟁
계좌이동 이후 200만건 변경…농협은행 최대 수혜
공과금 자동이체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각종 금융거래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예금을 유지하는 동안 계속 데이터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효용이 크다”고 말했다.신한은행은 지난달 비슷한 형태의 신한T주거래통장을 내놨다. SK텔레콤 이용자가 가입하면 우대금리와 요금별 기본 데이터의 50%를 3개월간 더 주는 데이터 특화 금융상품이다.은행들이 신상품 및 수수료 면제, 경품 제공 등을 앞세워 주거래 고객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각종 자동이체 계좌를 손쉽게 바꿀 수 있는 계좌이동제 확대 시행과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이 맞물리면서 금융소비자의 주거래은행 변경 가능성이 커져서다.계좌이동제가 본격 시행된 지 4개월여 만에 계좌 변경 건수가 200만건을 돌파했다. 지난 14일 출시된 ISA는 ‘1인 1계좌’라는 상품 특성 때문에 가입자 유치가 사실상 주거래 고객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은행권 판단이다. 직원들에게 가입자 유치를 할당하거나 자동차 등 값비싼 경품을 내걸고 공격적인 판촉전에 나서는 이유다.
은행들은 “주거래 고객을 확보하면 폭넓은 거래 정보를 구체적으로 축적할 수 있어 추가 영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예컨대 급여이체 통장을 통해 연말 성과급 여부를 알아 수신 영업을 추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거래 소비자의 자금 상황이 낱낱이 드러나기 때문에 신용대출 등의 여신 영업도 할 수 있다.
시중은행 부행장은 “거래가 뜸한 다른 은행이 더 낮은 금리를 제시해도 주거래 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확보한 주거래 고객이 아파트 관리비 이체 등 가족의 금융 거래까지 몰아주는 일도 잦다”고 전했다.계좌이동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이득을 본 은행은 농협은행인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권에서는 각종 자동이체가 연결된 요구불예금 잔액을 계좌이동제 수혜 성적표로 여기는데, 농협은행의 수신 증가폭이 가장 크다. 요구불예금은 보통예금이나 수시입출금식예금 등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한 상품을 말한다.
금리가 대개 연 0.1%에 불과해 정기 예·적금에 비해 은행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 농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지난달까지 6조1115억원가량 늘었다. 증가율이 약 9%다. 우리은행이 8.8%, 신한은행이 5.8%로 뒤를 이었다. KEB하나은행은 이 기간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 장기화로 순이자마진(NIM)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관리비용이 적은 요구불예금은 은행의 조달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낸다”며 “금리 경쟁력이 높아지면 대출 여력이 늘어 거래 소비자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어 선순환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 “추가 납입 등으로 주거래 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에서 ISA에 가입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계좌이동제와 ISA까지 더해져 은행권 주거래 소비자 수에 큰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정/박한신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