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한의 데스크 시각] 동일본대지진 5년, 다시 뛰는 일본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 janus@hankyung.com
3·11 동일본대지진 5년을 맞은 이달 중순 일본에 다녀왔다. 도쿄에서 근무하다 귀국한 2007년 봄 이후 사회 변화상이 궁금해 매년 두세 차례 일본을 찾고 있다. 동일본대지진은 규모 9.0의 강진과 최대 높이 17m의 쓰나미가 덮친 역사적인 사건이다. 사망·실종자가 2만1000여명에 달하고, 주민 17만여명은 아직도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대지진 당시 현장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진 발생 다음날인 12일 일본행 첫 비행기를 탔다. 도쿄에서 후쿠시마까지 가는 항공편과 도로가 끊겨 이틀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호텔에서 잠을 자다가 여진에 놀라 침대에서 뛰쳐나왔던 일, 인터넷이 안돼 마감시간을 앞두고 애태우던 일도 떠오른다.경기, 바닥 벗어나 회복 중

귀국 후 살펴본 한국 신문의 1면 제목들은 충격적이었다. ‘일본 열도 침몰’ ‘일본 경제 대붕괴’…. 1990년 이후 장기 침체로 ‘잃어버린 20년’을 겪고 있는 일본 경제가 다시 정상화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일본 경제는 분기별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기도 했다. 2014년 0%, 지난해 1.7%로 저성장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로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 도입 4년째를 맞고 있지만 일본 경제 회복세는 약하다. 일본은행은 올 1월29일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해 경기를 살리기 위한 극약 처방까지 내놨다. 일본 경제가 이대로 쇠퇴하는 것일까.일본 경제를 보는 시각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일본을 잘 아는 전문가들 사이에선 ‘비관론’보다 ‘낙관론’이 더 많다. 일본 경제는 2~3년 전부터 바닥에서 벗어나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상철 일본 간사이대 교수(상학)는 “기초 과학기술과 제조기술, 자본력이 강한 일본이 21세기에도 경제 선진국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일경상학회장을 맡고 있는 한광희 한신대 교수(e비즈니스학과)는 “미래 산업으로 꼽히는 로봇, 드론, 항공우주, 바이오 등 첨단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갖고 있는 일본의 경쟁력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 재도약 계기지난해 이후 일본에 갈 때마다 실물경제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공항 입국수속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번에도 간사이국제공항 입국장에서 한 시간을 기다렸다. 중국인·동남아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작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보다 47% 급증한 1973만여명으로 사상 최대였다.

오사카 시내 서점에서 책 몇 권을 구입했다. 경제주간지들은 ‘소니의 부활’ ‘재벌 미쓰비시의 최강 전설’ 등 대기업들의 호실적 분석 뉴스를 실었다. 10여년 전 고이즈미 정권에서 경제재정담당 장관으로 구조개혁을 진두지휘한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 교수의 신간 《경제학이 알려주는 대변화, 2020년의 일본과 세계》도 눈길을 끌었다. 다케나카 교수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은 일본 경제 재도약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자본, 기술, 인재가 있기 때문에 전 국민이 ‘이노베이션(혁신)’에 나선다면 일본 경제가 다시 고성장을 못할 이유도 없다”고 자신했다.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