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진영 “‘화려한 유혹’은 독한 인물이 나오는 독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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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눈빛은 온데간데없다. 그는 참 사람 좋게 웃는다. 배우 정진영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특유의 아저씨 웃음으로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 시켰다.정진영은 지난해 방송을 시작한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에서 전 국무총리 강석현 역할을 맡아 마치 실존인물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또 한 번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긴 호흡을 알고 있었기에 힘들지는 않았어요. 드라마 속에서는 아버지이기도 하고, 6개월 간 함께 드라마를 찍은 동료여서 많이 돈독해진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었지만 즐거운 촬영이었고,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팀워크가 너무 멋졌어요.”강석현은 돈과 권력을 가졌지만 끝없는 야욕을 보이는 인물로 정진영의 수 십 년 연기 내공이 제대로 빛을 발했기 때문에 캐릭터가 살 수 있었다. “기본 정서는 허무함이에요. 나의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어요.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나눠져 있는 게 시청자들이 보기에 편했을 텐데,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불쌍한 사람, 서로가 자기가 피해자라고 생각하죠. ‘심리 드라마’라고 칭했던 이유가 초반에는 추리로 전개를 시키다가 화요일에 반전을 주고, 다음 월요일에 그 얘기를 풀고, 또 화요일에 반전을 줘요. 한 주 놓치면 따라가기 힘든 드라마죠. 석현은 마지막에 부끄러움을 반성하기에 수혜자라고 생각해요.”종영까지 2회를 남겨 두고 강석현은 끝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며 드라마에서 퇴장하게 됐다. 석현은 기자회견 도중 쓰러진 후 결국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석현은 인생관은 있었으나 세계관은 없는 인물이죠. 비자금을 조성하고, 자기 혈육을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잘못된 세계관을 가졌어요. 석현을 웅호할 생각도 없고, 연민을 느끼지도 않았어요.” 강석현은 복잡한 인물이다. 마냥 옹호할 수 없는 악행들을 저질러왔고, 자식뻘인 신은수(최강희)를 아내로 맞고, 첫사랑을 닮은 젊은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서 변하는 인물이다. “처음 대본은 4부까지 받았어요. 출연을 거절했는데, 감독이 다르게 풀어갈 것이라고 했어요. 설득에 넘어갔죠. 지금 돌이켜 보면 설득을 안 당했으면 억울했을 것 같아요. 분량의 비중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예상보다 비중이 있어서 놀랐고, 동료 배우들에게 미안했어요. 예상 보다 멜로도 진해지고 깊어졌죠.”그의 멜로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36살 나이 차이를 극복한 로맨스는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깊고 진지한 연기는 시청자들을 설득시켰다.“걱정이 컸어요. 결혼을 하긴 해야 할 텐데,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시청자들을 납득시키는 것이 과제였죠, 열심히 사랑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시한부 정치인이 한 여인을 만나 과거를 반성하는 인물이 석현이잖아요. 그 과정이 자연스러웠어요. 극 초반 은수를 보면서 청미(윤해영)를 떠올리는 전개 방식이었는데 몇 회가 지나면서 은수 그 자체가 청미를 거치지 않고 나에게 느껴지더라고요. 시한부 판정을 안 받았다면 은수가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 같아요. 촬영을 하면서 은수를 맡은 최강희를 실제로 사랑했던 것 같아요. 최강희는 맑은 배우예요. 실제로 촬영 기간 내내 은수로 생각했고 멜로 연기를 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았어요.” 딸과 같은 여성과 멜로를 그려내는 것도 어려웠지만, 치매를 앓는 석현의 복합적인 감정선을 그려내는 것은 도전이었다.“치매에 걸리는 건 알고 있었는데 경험해본 건 아니었으니까 표현해내는 게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석현에게는 치매 자체도 멜로였어요. 치매 증상을 보일 때면 그 끝이 항상 은수에게 맞닿아 있었거든요. 치매 상태에서 사랑고백도 하고, 잘못을 사죄하기도, 극 전개에 대한 팁도 던져야 해서 쉽지 않았어요. 무리한 설정인데 배우는 그걸 납득시켜야하는 거니까 스스로 최면을 걸고 연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의 멜로 연기는 치명적이었다. 깊이 있는 눈빛, 차분한 목소리, 그리고 감성과 연기력으로 ‘할배파탈’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수 있었다. 70대를 연기했지만 슈트가 잘 어울리는 노년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노역을 해야 하니까 수염과 안경으로 차별성을 뒀어요. 안경도 처음에는 안 꼈어요. 4회까지는 야망을 가진 정치인, 5회부터는 은수를 만나서 결혼할 수 있는 모습으로 바꿨죠. 석현은 내가 헤집고 들어갈 균열이 보였어요. 내가 파고 둘 수 있는 인물을 좋아하는데, 석현이 그랬어요. 그리고 석현을 받아들일 수 있는 몸 상태도 좋았고요. 배우로써 좋아하는 색깔이에요.” ‘화려한 유혹’은 오는 22일 종영까지 단 2회 만을 남겨두고 있다. 수명(김창완)이 석현의 죽음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암시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악의 축을 중심으로 새 판을 짜며 후반부까지 놓칠 수 없는 긴장감을 이어가고 있다. “45회 촬영을 종료한 후 일부러 대본을 보지 않았어요. 제가 나왔던 드라마를 시청자 입장에서 바라보니 새롭네요. 은수와 형우가 행복하게 살지. 마지막 엔딩을 어떻게 맺을지 궁금해요. 은수의 전 남편은 드라마 초반 팔만 잘려서 죽은 걸로 나왔기에 돌아올 줄 알았어요. ‘화려한 유혹’은 독한 인물이 나오는 독한 드라마예요.”
와우스타 유병철기자 ybc@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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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스타 유병철기자 ybc@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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