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자산관리 패러다임 바뀐다] 막오른 'ISA 대전'…고금리 특판 예금·자동차 경품까지 등장

최고 0.7%P 우대금리 주고 '고수익' ELB 내세워 판매 경쟁

가입자 94% 은행이 유치…1인당 가입금은 증권사가 앞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을 둘러싸고 은행 등 금융회사의 고객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주요 은행은 저축은행의 고금리 정기예금, 지역 농축협 예금,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 특별판매 상품을 내세워 투자자를 유치하고 있다. 자동차와 골드바 등 고가의 경품까지 등장했다.

은행들이 ISA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1인 1계좌’라는 상품 특성 때문이다. ISA 가입 고객을 유치하면 이들을 대상으로 수시입출식 계좌 등 추가 영업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주거래 고객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게 은행들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고금리 특판 상품을 앞세워 투자자 유치에 나섰다.우리은행은 저축은행중앙회와 업무 제휴를 맺고 예가람·OK·SBI 등 25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을 ISA에 편입했다. 이들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1.8~2.2%로 은행보다 0.4~0.7%포인트가량 높다. 농협은행은 지역 농·축협 예탁금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지역 농·축협에서 운영하는 정기예금의 일종으로 은행 예금보다 0.3~0.4%포인트 높은 연 1.8% 금리를 주는 상품이다. 그동안 지역 농·축협 영업점에서만 가입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 ISA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소비자에게 은행 영업망을 통해 쉽게 가입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게 농협은행의 전략이다. KEB하나은행은 연 5%가량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ELB 상품을 ISA에 편입해 고객을 유치 중이다.

경품 증정 경쟁도 한창이다. 국민은행은 ISA 가입 고객 중 추첨을 통해 한 명에게 2000만원 상당의 세계여행 상품권을 준다. 유럽여행 상품권, 동남아여행 상품권도 제공한다. KEB하나은행은 ISA 가입자를 대상으로 선착순 30만명에게 9억원 상당의 하나머니를 지급한다. 하나머니는 하나금융그룹의 통합멤버십 서비스인 하나멤버스를 통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다. 또 추첨을 통해 한 명에게는 1000만원 상당의 여행 상품권을 준다. 신한은행은 1600만원 상당의 승용차를 내걸었다. 자동차 외에 LG 트롬 스타일러, 로봇청소기 등 가전제품도 준다. 농협은행은 추첨을 통해 200만원 상당의 골드바, 우리은행은 하와이 여행상품권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은행과 증권사 간 경쟁도 치열하다. 2020년까지 약 150조원으로 예상되는 ISA 투자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두 업권이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지금까지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만 할 수 있던 투자일임업을 ISA에 한해 은행에 허용해주면서 경쟁이 심해졌다.초반 ISA 판매 성적은 ‘무승부’다. 3월18일까지 은행을 통한 ISA 가입자는 약 61만명(94%)으로 4만명(6%)에 그친 증권사 가입자를 크게 앞선다. 은행의 지점이 전국 7318개로 1217개의 증권사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가입금액에서는 증권사가 1218억원(38%)을 유치해 1984억원(62%)의 은행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은행 약 32만원, 증권사 약 300만원으로 증권사들이 ‘실리’를 챙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두 업권 간 실적 차이는 결국 수익률 차이에 따라 결정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