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녹취의 일상화'…현직 의원도 벌벌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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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이 어제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있다
스마트폰 등 IT기기 발달로 유치원·학교 등 언제 어디서나 녹음
윤상현 '막말 녹취록'으로 곤혹…안철수도 비서 녹음 공개돼 '진땀'
녹취 늘면서 속기사 인기 급증…도청 탐지업체 의뢰도 2배 늘어

녹취가 일상화되고 있다.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누구나 쉽게 대화나 통화 내용을 녹음할 수 있게 돼서다. 녹취는 각종 법적 다툼을 대비하는 가장 편리한 증거 확보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관련 범죄가 늘어나는가 하면 속기사와 도청 탐지업체 등도 특수를 누린다.유치원생부터 유력 정치인까지

녹취 내용이 정치 쟁점이 되는 일도 흔해졌다. 지난 1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만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수행비서가 두 사람 사이의 대화를 몰래 녹음해 논란이 됐다. “이 여사에게 ‘꼭 정권 교체를 이뤄달라’는 말을 들었다”는 안 대표의 주장을 이 여사가 반박하자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된 것이다. 새누리당도 윤상현 의원이 이달 초 김무성 대표에게 막말을 한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후폭풍으로 총선 공천에서 배제된 윤 의원은 “통화 내용을 녹음해 유출한 사람을 처벌해 달라”며 지난 18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도청 탐지 등 관련 업계도 ‘특수’
녹취가 늘면서 속기사도 각광받고 있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일대에는 녹음 파일을 듣고 문서로 풀어 녹취록을 만들어주는 속기사 사무실만 40여곳에 달한다. 수요가 늘면서 국가공인 한글속기 자격증 응시자도 2011년 4726명에서 2014년 8602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원치 않는 녹취를 막기 위한 도청 탐지업체도 성업 중이다. 도청 탐지업체인 코리아리서치 박경도 본부장(46)은 “최근 도청 장치를 찾아달라는 의뢰 건수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해 ‘국가 정보보안 기본지침’을 통해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에 도청 탐지를 의무화하면서 이들 업체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다. 몰래 녹음한 녹취록을 유포하는 행위도 처벌된다. 다만 통화 중 녹음과 같이 대화 당사자의 녹음은 상대방의 동의가 없어도 허용된다. 하지만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녹취를 했다면 불법이다. 2012년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던 한 언론사 기자는 통화가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 전 이사장과 방송사 임원 간 대화 내용을 녹음해 보도했다. 법원은 해당 기자가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녹음한 것을 문제 삼아 유죄 판결을 내렸다.
불법 녹취 사건은 갈수록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 수가 2010년 100건에서 2014년 244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권태훈 서울 관악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은 “스파이앱이나 악성코드를 통한 녹음파일 등 유출 사건이 빈번하다”며 “주기적으로 녹음파일을 삭제하고 경찰청에서 배포하는 ‘폴-안티 스파이앱’ 등 보안 프로그램으로 검사하는 등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