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은이 '고용안정'을 정책목표로 할 때 유의할 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한은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주목할 만한 언급을 했다. 청년 실업률이 12.5%로 최악에 달한 2월 통계를 거론하며 ‘고용안정이 경제정책의 지향점’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이 총재는 “미국 등 많은 중앙은행이 고용안정을 명시적 또는 암묵적 정책목표로 설정할 만큼 정책결정 시 중요한 고려요소로 삼는다”고도 했다.

이 총재의 우려가 아니더라도 일자리창출, 실업해소는 당면 과제다. 모든 국가기관이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협력도 잘 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 기관의 정책목표라고 법에 명시된 한은의 수장이 ‘고용우선론’을 들고나온 것은 또 다른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 물가안정과 고용증대는 어느 쪽이 중요하다기도 어렵지만, 어느 한쪽을 중시하면 다른 쪽이 어려워지는 전형적인 트레이드 오프 관계다. 한은의 목적에 ‘고용안정의 책무’를 추가한 한은법 개정안(제1조)이 국회에 계류 중인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정부가 성장, 즉 고용문제를 주로 보고 한은이 물가, 즉 통화가치를 우선시하는 것은 오래된 역할분담이다. ‘한은 독립론’도 여기서 출발하는 것이다. 정부 내에서도 국세청과 예산실 역할이 다르고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책 지향점이 각기 다르듯 국가기관마다 주된 기능과 역할이 있다. 물론 한은이 고용문제에 심사숙고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한은법 개정안처럼 기관 목표에 이를 명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무엇보다 고용안정을 주된 목표로 정하면 그에 따른 성과도 내놔야 한다. 고용문제는 특히나 복합적 난제여서 통화정책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다. 포퓰리즘이 만연한 국회도, 세계 최강성 노동계도 자기주장만 내놓는 구조 아래서 한은은 과연 일자리 문제까지 책임질 준비가 돼 있기나 한 것인지. 과욕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