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전통 연희 어우러진 무용극

내달 1일부터 정동극장서 '가온: 세상의 시작' 공연
정동극장이 판소리와 한국무용, 전통 연희를 현대적으로 종합한 창작 무용극을 선보인다. 다음달 1일 개막해 오는 12월31일까지 서울 정동 정동극장 상설 무대에 올리는 ‘가온:세상의 시작’(사진)이다. 그동안 ‘춘향연가’ ‘배비장전’ 등 고전을 전통 무용극으로 꾸며 상설 무대에 올려온 정동극장의 첫 창작극이다.

극은 초인적 능력을 지닌 소년 가온이 ‘어둠의 왕’ 마신을 무찌르고 영웅이 되는 성장기를 그린다. 판소리의 이야기 구조를 따왔다. 이야기꾼인 ‘설(說)’이 관객에게 영웅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다.주요 장면에는 판소리 눈대목(주요 대목)이 등장한다. 남녀 주인공 가온과 초아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는 춘향전의 ‘사랑가’가 나온다. 가온과 마신이 결투를 벌일 때는 적벽가의 눈대목이 흐른다. 휘몰아치는 자진모리장단으로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뮤지컬 ‘트레이스 유’ ‘러브레터’의 대본을 쓴 윤혜선 작가가 전통 민담에 등장하는 소재를 재해석해 이야기를 창작했다. 조선시대 민담에 등장하는 그림자 요괴 ‘그슨대’는 어둠을 상징하는 마신의 수하로 등장하고, 비범한 인물을 수호한다는 ‘거구귀’는 가온의 조력자로 나온다.

현대 관객의 취향에 맞게 전통을 새롭게 다듬었다. 환상적인 이야기 장면은 미디어아트로 무대화했다. 가온이 축지법과 분신술을 쓰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무대 전면을 두른 영상에 3차원(3D) 효과를 적용해 주인공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안무는 현대무용단 콜렉티브에이의 차진엽 예술감독이 맡았다. 한국무용을 바탕으로 동작을 새로 짰다. 발레와 재즈댄스 동작을 활용해 현대적인 느낌을 더했다. 차 예술감독은 “한국무용에 현대무용의 역동성을 접목했다”며 “한국무용 특유의 부드러운 곡선을 살리되 동작을 크게 하고, 빠른 박자의 현대음악을 섞어 박진감을 줬다”고 설명했다.

연극 ‘보이첵’, 무용 ‘이른 봄 늦은 가을’ 등을 통해 독특한 신체이미지극을 보여준 임도완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 대표(서울예대 연극과 교수)가 연출을 맡았다. 정현욱 정동극장장은 “현대에 맞게 대중적으로 진화한 전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매일 오후 4시와 8시 2회 열린다. 월요일 휴관, 4만~6만원.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