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에게 "1등 하지 말라"는 운용사 대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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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성과 치중하면 '쏠림' 불가피
안정적 성과 유지하는 게 더 중요
"1등 하지 말아라"한동주 NH-CA운용 대표이사(56·사진)가 운용역(펀드매니저)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다.
1등만 인정하는 세상에서 한 기업의 대표가 직원에게 하는 말치고는 다소 이상하게 들린다. 한 대표는 그러나 "단기에 1등 하려고 욕심 내다 보면 반드시 '탈'이 난다"고 강조한다.
NH-CA운용은 29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한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운용사의 역할은 고유의 운용 철학을 가지고 안정적인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운용역 회의는 분기에 한번만
지난해 3월 NH-CA운용 수장에 오른 한 대표는 지난 1년 간 운용역 회의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운용역 평가 회의도 분기에 한번씩, 1년에 4번만 갖도록 했다. 대표의 지나친 간섭과 잦은 회의가 주는 비효율성을 고려해서다.통상 운용사에서 매주 운용역 회의를 갖고 대표가 이 자리에 참석한다는 것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그는 "과거 운용역으로 오래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운용역'이 어떤 고민을 하는 지 잘 안다"며 "대표가 시장에 대해 상품에 대해 자주 말하게 되면 운용역은 아무래도 그 방향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NH-CA운용을 이끌기 전 동부자산운용 본부장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장을 거쳐 흥국운용 대표이사를 역임했다.그는 운용역들에게 독립성을 주는 대신 NH-CA운용만의 원칙과 철학을 지키라고 주문한다.
분기 혹은 반기, 1년 안에 1등 펀드를 만들겠다는 성급한 목표 대신 3년, 5년, 10년 간 안정적 성과를 유지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라는 것이다.
단기에 1등을 하면 오히려 그 운용역은 "자르겠다"고 말하는 게 한 대표의 방식이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아라", "투자자(고객)를 최우선으로 생각해라", "장기로 봐라", "회전율을 최대한 낮춰라" 등의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수익 면에 있어서도 주식의 경우 벤치마크와 비교해 4~5%, 채권은 20~30bp의 수익률을 유지하는 걸 강조한다.
실제 개인MMF, 레버리지인덱스, 코리아2레버리지, 퇴직연금중소형 등 NH-CA운용의 대표펀드들은 1년, 2년, 3년 시간이 갈수록 수익률이 좋아지고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도 시장 평균을 웃도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한 대표는 "단기에 성과를 내는 건 어느 한 방향으로 쏠렸을 때에만 가능하다"며 "운용역은 시장 유행보다는 원칙과 철학을 지키고, 회사는 이런 원칙과 철학이 제대로 지켜지는 지를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 원칙과 철학 위한 시스템 중요
지난해 취임 이후 한 대표는 기존 3개 본부 25명 운용역 체제로 움직이던 조직을 7개 본부 47명 운용역으로 확대 개편했다. 글로벌솔루션과 대체투자본부, LDI본부(부채연계투자)를 신설했다. 리서치팀과 크레딧팀도 만들었다.
운용역이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모든 것을 다 하는 형태가 아닌 시스템과 프로세스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합작회사인 프랑스 아문디그룹의 인력과 시스템을 도입해 이를 NH-CA운용만의 노하우로 내재화하는 데 주력했다.
운용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역량 강화에 집중한 결과 올해 1분기 성적에서 전체 운용사 중 3위에 해당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수탁고는 2014년 말보다 12조원 이상 늘어나 현재 29조원 가량을 운용 중이다.
한 대표는 올해 아문디와의 협력을 더 긴밀히 해 해외펀드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문디와 합작한 지 올해로 14년이 지났지만 아문디 해외펀드가 NH-CA운용 전체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에 불과하다.
올해 들어 '글로벌스마트베타'와 '중국본토펀드' '글로벌실버에이지' 등 3종의 해외펀드를 출시한 데 이어 추가로 3종을 더 내놓을 예정이다. 아문디는 운용 자산 1000조원을 가진 유럽 최대 운용사다. 글로벌 운용사 중에서도 상위 10위 안에 들어간다.한 대표는 "올해 아문디 운용 인력 2명이 합류해 함께 해외펀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현재 위탁 또는 자문 형태로 운용하는 방법에서 NH-CA가 자체 운용 역량을 강화해 아문디 인력과 함께 해외펀드를 직접 운용해 나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안정적 성과 유지하는 게 더 중요
"1등 하지 말아라"한동주 NH-CA운용 대표이사(56·사진)가 운용역(펀드매니저)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다.
1등만 인정하는 세상에서 한 기업의 대표가 직원에게 하는 말치고는 다소 이상하게 들린다. 한 대표는 그러나 "단기에 1등 하려고 욕심 내다 보면 반드시 '탈'이 난다"고 강조한다.
NH-CA운용은 29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한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운용사의 역할은 고유의 운용 철학을 가지고 안정적인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운용역 회의는 분기에 한번만
지난해 3월 NH-CA운용 수장에 오른 한 대표는 지난 1년 간 운용역 회의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운용역 평가 회의도 분기에 한번씩, 1년에 4번만 갖도록 했다. 대표의 지나친 간섭과 잦은 회의가 주는 비효율성을 고려해서다.통상 운용사에서 매주 운용역 회의를 갖고 대표가 이 자리에 참석한다는 것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그는 "과거 운용역으로 오래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운용역'이 어떤 고민을 하는 지 잘 안다"며 "대표가 시장에 대해 상품에 대해 자주 말하게 되면 운용역은 아무래도 그 방향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NH-CA운용을 이끌기 전 동부자산운용 본부장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장을 거쳐 흥국운용 대표이사를 역임했다.그는 운용역들에게 독립성을 주는 대신 NH-CA운용만의 원칙과 철학을 지키라고 주문한다.
분기 혹은 반기, 1년 안에 1등 펀드를 만들겠다는 성급한 목표 대신 3년, 5년, 10년 간 안정적 성과를 유지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라는 것이다.
단기에 1등을 하면 오히려 그 운용역은 "자르겠다"고 말하는 게 한 대표의 방식이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아라", "투자자(고객)를 최우선으로 생각해라", "장기로 봐라", "회전율을 최대한 낮춰라" 등의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수익 면에 있어서도 주식의 경우 벤치마크와 비교해 4~5%, 채권은 20~30bp의 수익률을 유지하는 걸 강조한다.
실제 개인MMF, 레버리지인덱스, 코리아2레버리지, 퇴직연금중소형 등 NH-CA운용의 대표펀드들은 1년, 2년, 3년 시간이 갈수록 수익률이 좋아지고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도 시장 평균을 웃도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한 대표는 "단기에 성과를 내는 건 어느 한 방향으로 쏠렸을 때에만 가능하다"며 "운용역은 시장 유행보다는 원칙과 철학을 지키고, 회사는 이런 원칙과 철학이 제대로 지켜지는 지를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 원칙과 철학 위한 시스템 중요
지난해 취임 이후 한 대표는 기존 3개 본부 25명 운용역 체제로 움직이던 조직을 7개 본부 47명 운용역으로 확대 개편했다. 글로벌솔루션과 대체투자본부, LDI본부(부채연계투자)를 신설했다. 리서치팀과 크레딧팀도 만들었다.
운용역이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모든 것을 다 하는 형태가 아닌 시스템과 프로세스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합작회사인 프랑스 아문디그룹의 인력과 시스템을 도입해 이를 NH-CA운용만의 노하우로 내재화하는 데 주력했다.
운용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역량 강화에 집중한 결과 올해 1분기 성적에서 전체 운용사 중 3위에 해당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수탁고는 2014년 말보다 12조원 이상 늘어나 현재 29조원 가량을 운용 중이다.
한 대표는 올해 아문디와의 협력을 더 긴밀히 해 해외펀드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문디와 합작한 지 올해로 14년이 지났지만 아문디 해외펀드가 NH-CA운용 전체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에 불과하다.
올해 들어 '글로벌스마트베타'와 '중국본토펀드' '글로벌실버에이지' 등 3종의 해외펀드를 출시한 데 이어 추가로 3종을 더 내놓을 예정이다. 아문디는 운용 자산 1000조원을 가진 유럽 최대 운용사다. 글로벌 운용사 중에서도 상위 10위 안에 들어간다.한 대표는 "올해 아문디 운용 인력 2명이 합류해 함께 해외펀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현재 위탁 또는 자문 형태로 운용하는 방법에서 NH-CA가 자체 운용 역량을 강화해 아문디 인력과 함께 해외펀드를 직접 운용해 나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