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4] 대구 민심 "그래도 1번" vs "이번엔 안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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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 '공천파동' 진원지…혼돈의 대구 가보니
젊은층 투표율 등이 변수…전문가도 '예측불허' 분석
"유승민은 찍어주지만 나머지는 새누리 뽑아야"
"갑자기 지역구 갈아탄 후보 찍으라면 우리는 핫바지냐"
20~30대를 중심으로 이번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에 대한 비판론이 커지면서 젊은 층 표심이 막판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동갑은 유승민 공천 파동(동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지역이다. 선거구 재획정으로 동을에서 동갑에 편입된 동구 지저동의 김모씨(71)는 “선거판이 복잡하게 돌아가 누구를 찍어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등산모임에 나오는 우리 또래들은 유승민 의원은 무소속이라도 찍어주지만 그 외에는 새누리당 후보를 찍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동구 효목동에서 만난 주부 박모씨(48)는 “여론조사에서 앞선 후보가 공천받지 못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현역 의원(류성걸 의원)이 특별한 잘못이 없는데 공천자가 바뀌었다고 무조건 1번을 찍는 유권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동갑 지역의 선거전 초반 판세는 백중세다. 영남일보와 대구M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이 지역 51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정 전 장관과 류 의원은 각각 38.6%, 35.6%의 지지율을 기록해 오차범위(±4.3%)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새누리당 이인선 후보와 주호영 후보가 대결하는 수성을도 민심이 나뉜다. 수성구 지산동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39)는 “무소속이 된 현 의원이 크게 잘한 것도 없지만 크게 잘못 한 것도 없다”며 “갑자기 지역구를 갈아탄 후보를 찍으라면 우리는 핫바지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범물동에서 식당을 하는 정모씨(40)는 “수성을이 10년 전만 해도 괜찮았는데 수성갑이 급속하게 발전하는 동안 수성을이 발전한 게 뭐가 있느냐. 정치색 강한 후보보다 행정, 경제, 교육 등 실물 경험을 두루 쌓은 새 여성 후보가 지역에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교체론을 꺼내들었다.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주 후보가 40%의 지지율을 기록해 이 후보(22.9%)를 앞섰다.
유승민 공천 파동에 대한 평가도 세대별로 차이가 감지된다. 수성을에 사는 자영업자 김모씨(54)는 “유승민 의원이 전국적으로 떴어도 대단한 인물은 아니라고 본다. 대통령 덕분에 정치인이 됐는데 의리를 지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초반에 잘랐어야 하는데 질질 끌면서 당이 오히려 유 의원을 키워놨다”고 말했다. 범어동에서 만난 대학생 최모씨(26)는 “과거 언행을 문제삼으며 자신의 마음에 안 든다고 쳐낸 것은 구태적인 패거리 정치”라며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반감이 크다”고 했다.
대구=오경묵/이정호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