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가 함께 살 넓은 집 필요해"…물량 귀한 중대형 경쟁률 수십 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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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만해도 분양 물량 40%가 중대형이었는데직장인 조모씨(44)는 지난해 중대형 아파트가 많지 않은 서울 구로구 천왕동에서 대형인 전용 114㎡ 아파트를 장만했다. 맞벌이인 조씨 부부는 어린 두 자녀 양육을 위해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다. 그래서 부모 집 근처로 이사했다. 그는 “어머니가 애들을 돌보는데 우리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며 “아내도 1주일에 1~2회 정도 야근이나 회식이 있어 부모님이 저녁 시간에 편히 머무를 수 있도록 넓은 집을 택했다”고 말했다.
요즘엔 7%대 그쳐
한동안 찬밥 신세 겪으며
3.3㎡ 당 분양가격이 중소형보다 싸진 것도 매력
1~2인 가구 증가와 높은 분양가 등으로 인해 한때 주택시장에서 기피 대상으로 전락했던 중대형 아파트 인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부모와 함께 지내거나 자녀 양육을 부모에게 의존하는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있는 게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중대형 공급 물량이 크게 줄고 중소형에 비해 3.3㎡당 집값이 크게 낮아진 것도 중대형 주택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물량 크게 줄어든 중대형
지난 주말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서 문을 연 ‘래미안 블레스티지’ 모델하우스에서는 전용 99·113·126㎡ 등 중대형 아파트에 관심을 보이는 방문객이 상당했다. 50대인 이모씨는 “강남에서 중대형 새 아파트를 찾기 힘든데 대규모로 재건축하는 개포지구 첫 분양 단지여서 방문했다”며 “단위 면적(3.3㎡)당 분양가격이 중소형은 4400만원 수준이고 중대형은 3000만원대 후반까지 떨어진다고 해서 큰 평형에 청약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형 아파트 분양 성적도 뛰어나다. 삼성물산이 이달 서울 구의동에서 분양한 ‘래미안 구의 파크스위트’ 전용 122~145㎡는 6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만 113명이 신청, 18.83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중흥건설이 최근 전북 전주에서 선보인 ‘만성지구 중흥 S클래스’는 일반분양분 599가구 모두 전용 104~124㎡로 이뤄진 중대형 단지다. 전용 115㎡는 187가구 모집에 364명이 청약해 평균 1.95 대 1로 마감하는 등 모든 주택형이 1순위에서 마감됐다.한화건설의 ‘창원 대원 꿈에그린’ 전용 108㎡도 12가구 모집에 313명이 몰려 26.08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청약을 마무리지었다.
◆‘실질적 3세대 가구’ 증가
부동산업계에서는 맞벌이 등 중대형 아파트가 필요한 새로운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부부와 자녀, 조부모가 함께 살아 넓은 주택이 필요한 ‘3세대 가구’는 2000년 117만6000가구에서 지난해 992가구로 15년간 15.6% 줄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을 같은 주거공간에서 보내거나 일시적으로 합가하는 ‘실질적 3세대 가구’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올해 초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가족 변화에 따른 결혼·출산 행태 변화와 정책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적 여건 때문에 결혼 후에도 부모와 같이 사는 이른바 ‘신(新)캥거루족(부모+기혼 자녀)’ 비율이 1985년 대비 2010년에 4.2배 증가했다. 다섯 살 이하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가 부모 세대(조부모)와 함께 사는 비중도 1985년 전체 3세대 가구 중 43.1%에서 2010년 59.2%로 높아졌다. 이런 추세는 최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육아에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함께 사는 3세대 가구가 증가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2007년 국내 분양주택 중 36%를 넘었던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 비중은 지난해 7%대로 줄어들었다. 김민종 GS건설 마케팅팀장은 “서울과 지방 부촌의 중산층 이상 3~4인 가구에선 부부 서재, 자녀 침실과 공부방 분리, 가족 드레스룸 등을 두기 위해 중대형을 찾는 수요자가 예상보다 많다”고 말했다.
단위 면적당 분양가격도 중대형이 더 저렴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9년 서울 마포구에서 공급된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1745만원, 85㎡ 초과는 24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각각 2381만원과 1972만원으로 역전됐다. 이 기간 중 소형 가격은 36% 올랐지만 중대형은 오히려 0.8% 내렸다.
문혜정/김진수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