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경제학자에게 길을 묻다] "정치인-관료-이익집단 '3각 규제 철옹성'이 기업가 정신 짓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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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자유'학술대회 - 규제혁신 세션“일반 택시는 1.46마일을 가야 손님 한 명을 태우는데, 우버 택시는 0.56마일만 가면 된다고 합니다. 시장에서 운전자와 고객 간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일반 택시보다 생산성이 세 배 높은 우버 택시를 정부가 규제하는 게 현실입니다.”(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
실적 쌓기용 규제완화
시장 스스로 해결 가능한 환경 만드는게 진짜 개혁
한국 경제 재도약하려면 생산요소 확대로는 한계
경제적 자유부터 높여라
3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신춘 경제적 자유 학술대회’의 ‘개혁과 규제혁신’ 세션에 참석한 경제·경영학자들은 과중한 규제 부담이 경제적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포퓰리즘의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정치인, 규제 권한을 놓지 않는 관료, 집단이기주의에 빠진 이익집단 등 ‘3각 규제 철옹성’이 기업가 정신을 짓누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한국 규제정책은 ‘봉숭아학당’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진국 배재대 국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을 ‘봉숭아학당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명확한 규제 방향과 목적이 없이 ‘오락가락’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면세점 제도 개선’을 꼽았다. “정책 수혜자에 대한 고민 없이 실적 쌓기에만 신경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규제 개혁을 ‘정부가 나서서 무엇을 풀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관료들의 인식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규제개혁이 소수 집단의 민원사항 해결로 변질됐다”며 “민원성 규제개혁은 끊임없이 과제가 생성되는 속성이 있어 미흡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따뜻한 마음’을 가장한 규제개혁도 문제라는 평가도 나왔다. 사회적 약자 보호 등 규제 목적에 대한 공감이 크면 클수록 과도한 규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는 규제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기업 규모 커졌다고 각종 규제
과중한 규제가 경제민주화, 잘못된 법치 개념과 함께 기업가 정신을 억누르고 있다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이병태 교수는 “카카오의 자산이 5조원을 넘겼다고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각종 규제로 옥죄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선 카카오가 세계 시장에서 텐센트, 알리바바와 경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들의 시장 경쟁을 막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혁신과 창조를 통해 성장한 독과점 기업까지 규제하는 법 조항, 대형마트 강제휴무제 등도 기업가의 의욕을 꺾는 규제로 꼽혔다.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치인과 관료 이익집단 사이에 형성되는 이익추구 삼각 철옹성이 경제적 자유와 생산적인 기업가 정신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며 “규제가 복잡해지면서 전직 규제관료들에 의한 비생산적인 지대추구 경쟁이 벌어지면서 생산적인 기업가 정신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공급과잉 상태에서 노동력 자본 기술의 생산요소 확대로는 한국 경제의 재도약은 불가능하다”며 “경제적 자유를 높여야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유주의에 대한 근본 성찰을
자유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통해 경제발전의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도 제시됐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유노동과 사유재산 보장으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한 결과 인류 생산력이 증가하고 생활수준도 급격하게 높아졌다”며 “유아사망률 격감과 인류 평균수명 증가, 세계적인 교육의 보편화도 자유주의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주류 경제학이 자유를 뒷전에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주류 경제학은 효율성과 균형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며 “인간의 자유와 혁신, 기업가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수/이승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