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시대 못 읽은 닌텐도] '게임 왕국' 닌텐도의 굴욕…한국지사 직원 80%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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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탐구한국닌텐도가 전체 직원의 80%에 이르는 인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70여명인 임직원 수는 희망퇴직이 완료되는 4월1일부터는 10여명으로 줄어든다. 닌텐도의 글로벌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서 한국지사도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일본 본사, 세계 시장 휩쓴 콘솔 게임에 집착
2012년에도 "스마트폰 게임 안 만든다" 자만
매출 70% 급감하자 뒤늦게 모바일 게임 출시
한때 ‘게임 왕국’ ‘개발자들의 천국’으로 불렸던 닌텐도는 기존 주력 사업에 지나치게 집착한 탓에 시장 변화를 잘못 파악해 몰락한 경영 실패의 대표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6년 만에 매출 70% 날아가
2012년 4월, ‘슈퍼마리오의 아버지’로 유명한 미야모토 시게루 닌텐도 전무가 방한했을 때 기자들은 스마트폰 게임 개발 계획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미야모토 전무는 “우리는 세상에 없는 것을 내놨고 지금도 스마트폰에 없는 것을 개발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게임 출시는 전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2009년 1조8386억엔(약 19조원)에 달했던 매출이 2010년 1조4343억엔, 2011년 1조143억엔으로 떨어지는 등 이미 시장에서는 닌텐도 위기설이 파다하던 때였다.
당시 ‘시대착오적 판단’ ‘이유 있는 고집’ 등 평가가 엇갈렸으나 결국 시대를 잘못 읽은 결정이라는 게 확인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2년 닌텐도 매출은 6477억엔으로 주저앉았고 1710억엔(2011년)이었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373억엔 적자로 돌아섰다. 2015년 닌텐도 매출은 5498억엔에 불과했다. 2009년 이후 6년 만에 매출이 70% 감소한 것이다.한국닌텐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2011년부터 매출이 크게 줄면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1년 1220억원이었던 매출은 2014년 450억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1년 49억원이었던 영업손실도 이듬해인 2012년 248억원으로 확대됐으며 2013년과 2014년에도 각각 107억원과 1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콘솔 게임 영광에 집착
세계적인 게임 회사였던 닌텐도가 이처럼 추락한 것은 모바일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좇아가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닌텐도는 1889년 교토에서 화투를 제작하는 회사로 출발해 완구 제조를 거쳐 1980년대 들어 세계 게임시장의 최강자로 도약했다. 1983년 가정용 게임기 ‘패밀리 컴퓨터’를 내놓으면서 콘솔 게임기 보급을 주도했다. 닌텐도의 게임 ‘슈퍼 마리오 브러더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매출 1조8386억엔, 영업이익 5552억엔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09년 4월 닌텐도 본사를 방문해 닌텐도의 창조경영을 배워갔을 정도로 닌텐도는 한국 기업이 벤치마킹하고 싶은 일본 기업 1위에 꼽혔다.하지만 2010년부터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폰 등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닌텐도의 추락이 가시화됐다. 과거 콘솔 게임의 영광에서 벗어나지 못한 닌텐도는 모바일 게임 열풍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잠깐의 졸음이 위기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은 게임기기가 될 수 없다는 잘못된 판단으로 자신들의 경쟁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등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한 게 가장 큰 패착”이라고 말했다.
◆뒤늦은 모바일 게임 투자
닌텐도는 뒤늦게 모바일 게임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17일 출시된 ‘미토모’는 닌텐도가 모바일 게임 전문업체인 DeNA와 공동 개발한 첫 번째 모바일 게임이다. 출시 3일 만에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초기 반응은 좋지만 여전히 자체 게임기기에 주력하는 닌텐도가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위 교수는 “가벼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닌텐도의 기존 주력 고객인데 스마트폰 게임이 확산되면서 고객을 대부분 빼앗겼다”며 “아직도 콘솔 게임에 회사 역량의 대부분이 투입되고 있는 구조로는 실적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임원기/이호기/추가영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