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권의 후보단일화는 정체성 버린 '선거공학'일 뿐

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움직임이 부산하다. 며칠 전 인천지역 13개 전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후보를 단일화한 데 이어 더민주와 국민의당 후보 간에도 다각도로 단일화가 논의 중이라고 한다. 야당들이 정책대결이 아니라 표를 뭉쳐 이기고 보자는 속보이는 ‘정치공학’에 또 빠져들고 있다.

명분도 분명치 않은 후보단일화는 정치불신을 가중시키고 선거를 희화시킬 뿐이다. 안철수 의원이 기존의 야당으로는 혁신도, 정권교체도 안 된다며 뛰쳐나가 신당을 만든 게 불과 석 달 전이다. 이후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주고받은 막말 수준의 거친 비방전은 논외로 치자. 양쪽 모두 합당도, 후보단일화도 없다고 거듭 공언해왔다. 그런데 엊그제 춘천에서 국민의당 후보가 더민주 후보를 지지하면서 단일화가 시작됐는데도 중앙당에선 완전히 오불관언이라는 자세다. 당 차원의 연대는 없다고 그렇게 국민 앞에서 외쳤으면서도, 김종인 대표는 “후보 간 연대는 중앙당 차원에서 적극 찬성한다”고까지 말했다. 안철수 대표도 “지역에서 후보 간 단일화는 어쩔 수 없다”며 슬며시 방향을 돌리는 분위기다. 당당하지 못하고 무책임하다. 이럴 거면 후보등록 마감 때 국민의당이 받은 국고보조금 73억원부터 도로 내놔야 한다. 이 보조금은 선거 때 ‘검은돈’의 유혹이나 거래에서 벗어나 좋은 정책개발에 전념해달라고 공당(公黨)에 주는 혈세다.

더민주와 정의당의 연대도 적절치 못하다. 선거에서 정당이 연대하려면 적어도 주요 정책의 공동추진 등 명분부터 분명해야 한다. 연대의 이유와 목표를 당당히 밝히는 절차도 중요하다. ‘우클릭’ 중이라는 김종인 체제의 더민주가 과연 정의당과 같은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인지 설명조차 없다. 종북 정파로 해산당한 통합진보당과의 4년 전 연대를 떠올리게 한다. 정책기반의 당 대 당 연대가 아니라면 후보자 매수나 자리 나눠먹기 같은 검은 뒷거래에 대한 의혹도 뒤따를 수 있다. 굳이 연대하겠다면 ‘후보자 간 담합’이 아니라, 절차를 밟아 당 대 당 연대로 제대로 심판받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