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엘러간 인수 무산 위기…미국 조세회피 규제강화 '후폭풍'

< ‘조세회피 의혹’ 아이슬란드 총리 전격 사임 > 아이슬란드 방송·신문 기자들이 5일 자택을 나서는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오른쪽)에게 조세회피 의혹에 대해 질문을 퍼붓고 있다. 유명 인사들의 조세회피 내역이 담긴 ‘파나마 페이퍼스’에 귄뢰이그손 총리가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날 수도 레이캬비크 의회 앞 광장에서는 수많은 시민이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귄뢰이그손 총리는 정부·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사임했다. 레이캬비크EPA연합뉴스
아일랜드의 보톡스 생산업체 엘러간 인수를 추진 중인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 정부의 조세회피 규제 강화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기업이 세율이 낮은 해외로 본사를 옮기는 일이 어렵게 됐다”며 “당장 화이자의 엘러간 인수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5일 보도했다.미 재무부는 이날 기업의 조세회피를 막기 위한 새 규제안을 공개했다. 다국적 기업이 외국에 본사를 둬 세금을 줄이는 ‘실적 축소’ 방식을 겨냥했다. 해외 본사는 미국 자회사로부터 영업비용 명목으로 대출을 받고, 자회사는 전체 실적에서 대출 관련 이자를 공제받는다. 해외 본사에 대한 이자 공제분은 과세하지 않아 전체 세금 부담이 낮아진다.

새 규정은 대출을 부채로 간주하는 대신 수익증권으로 인식해 미국 자회사가 해외 본사에 대출을 내주는 일을 어렵게 했다. 예상보다 강한 규제에 엘러간 주가는 이날 시간외거래에서 22% 급락했다.

화이자는 작년 11월 엘러간을 1600억달러(약 185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합병회사 본사를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두기로 하면서 조세회피 논란이 일었다. 양사의 합병은 올해 말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재무부의 새 규정은 이날 즉각 적용돼 인수절차 진행이 불투명해졌다. 화이자 대변인은 “새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많은 기업이 미국에 근거지를 두고 법과 숙련된 노동력, 인프라, 연구개발 역량 등 각종 혜택은 받으면서 해외로 주소를 이전해 세부담은 다른 기업이나 미국 가계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