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풀렸는데 콜록콜록…A형 독감 지나니 또, 'B형 독감'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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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 독감예방 및 치료법주춤했던 독감(인플루엔자 감염) 환자가 다시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섭씨 38도 이상의 발열과 기침, 인후통 등의 증상을 보인 독감 의심환자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외래환자 1000명당 32명으로 최근 3주 동안 증가세를 보였다. 유행 기준인 11.3명보다 2.8배 정도 많다. 특히 7~18세 환자가 많았다. 개학 이후 학교 등을 중심으로 독감이 재유행하는 양상이다.
고열에 두통·근육통 등 증상…이달 들어 환자 빠르게 확산
7~18세 1000명당 70명 달해
병원 찾아 항바이러스제 복용…증상 나아졌어도 약 다 먹어야
손만 잘 씻어도 감염 70% 예방…규칙적 생활로 면역력 높여야
4월 들어 독감에 걸린 환자 중에는 A형 독감 환자보다 B형 독감 환자가 더 많다. 이 때문에 한번 걸린 독감에 다시 걸려 병원을 찾는 환자도 늘고 있다. 독감 증상과 예방법, 치료법 등을 알아봤다.A형은 겨울, B형은 봄에 주로 유행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기는 급성 호흡기 질환을 말한다. 코나 목 등 위쪽 호흡기계나 폐 등 아래쪽 호흡기계에 바이러스가 들어가 갑작스러운 고열, 두통, 근육통, 전신 쇠약감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독감은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전염성이 강하다. 노인이나 소아,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걸리면 사망률이 증가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독감으로 세계에서 300만~500만건의 중증 질환이 생기고 5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독감을 독한 감기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감기와 독감은 다른 질환이다. 감기는 리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 200여개 이상의 바이러스가 원인이 된다. 성인은 평균 1년에 2~4번, 아이는 6~10번 정도 감기에 걸린다. 감기에 걸리면 재채기 코막힘 콧물 인후통 기침 미열 두통 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대개는 특별한 치료 없이도 치유된다.독감 원인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 B, C형 세 가지로 나뉜다.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것은 A형과 B형이다. A형은 H형 항원 16종류와 N형 항원 9종류의 조합으로 이뤄진다. 1918년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은 H1N1형이었다. 1968~1969년 100만명의 사망자를 낸 홍콩 독감은 H3N2형이었다. B형은 야마가타, 빅토리아 등으로 바이러스 변이가 많지 않다. A형보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대개 겨울에는 A형 독감이, 봄에는 B형 독감이 유행하는 패턴을 보인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올해 독감 유행이 절정이던 2월6~13일 질병관리본부에 의뢰된 독감환자 검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A형 독감이었다.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이 A형 독감에 걸렸다.
하지만 지난주에는 B형 독감환자 검체가 가장 많았다. 독감환자 10명 중 9명 정도는 B형 독감이다. 이 때문에 겨울에 A형 독감을 앓고 난 뒤 봄이 돼 B형 독감에 다시 걸린 환자가 늘고 있다. A형과 B형에 동시에 감염되는 환자도 있다. 서로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항바이러스제 복용하면 앓는 기간 짧아져
지난주 7~18세 독감 의심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69.8명이었다. 전체 연령층 중 가장 많았다. 0~6세가 38.2명으로 뒤를 이었다. 개학을 맞아 학교나 어린이집 등에 모인 아이들 사이에서 독감이 전파되고 집에 간 아이의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가 감염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독감 증상이 나타난다면 의료기관을 찾아 진찰받고 항바이러스제 치료 등을 하는 것이 좋다. 열이 오르고 합병증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7~10일 정도인 독감 증상 기간이 5일 정도로 짧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항바이러스제 처방을 받았다면 복용 후 부작용이 생기지는 않는지 잘 살펴야 한다. 구토 등의 부작용을 호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복용하자마자 구토를 하고 심한 기침이나 고열 증상을 보이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추가 진료를 받아야 한다. 증상이 나아졌더라도 처방받은 약을 남기면 안 된다. 약을 다 먹지 않으면 증상이 재발하거나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아이가 독감에 걸리면 회복하기 위해 영양섭취에도 신경 써야 한다. 하지만 식욕이 떨어져 음식 먹는 것을 꺼리는 일이 많다. 하정훈 소아과원장은 “아이가 아플 때는 무리하게 이것저것 먹이려 하지 말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돈 만진 뒤, 애완동물과 논 뒤 손 씻어야
독감 예방을 위해서는 손 씻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손만 제대로 씻어도 감염질환의 70% 정도를 예방할 수 있다. 독감 바이러스는 딱딱한 표면에서 48시간까지 서식할 수 있다. 따라서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오염되기 쉬운 돈을 만지거나 가정 내 독감전파 통로가 될 수 있는 애완동물과 놀고 난 뒤엔 손을 씻어야 한다.
콘택트렌즈를 빼고 끼는 행동도 눈 점막에 손이 닿아 감염 위험을 높인다. 콘택트렌즈를 빼기 전과 착용하기 전 코를 풀거나 기침, 재채기한 뒤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음식을 먹기 전과 외출한 뒤에 손을 씻어야 한다.
기침 예절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가능하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는 휴지로 입과 코를 가리고 해야 한다. 휴지가 없다면 소매로 가리고 하는 것도 좋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이들 면역력을 높여주는 것도 독감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면역력은 이물질이나 세균, 바이러스와 같은 각종 병원균에 대응하는 힘으로, 면역력이 강해지면 병원균에 노출되더라도 영향을 덜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건강하던 사람이 감염된 경우 대부분 완치된 데 비해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와 어린이는 감염 후 사망률이 높았던 게 대표적인 예”라고 덧붙였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면역기관이 제 기능을 하도록 하는 비타민C와 항바이러스 물질인 비타민A, 백혈구 활동을 돕는 비타민B, 항체 생산을 활발하게 하는 비타민E, 항체를 생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미네랄이 대표적이다.
고위험군이라면 독감 예방접종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독감 예방접종을 처음 하는 만 9세 미만 어린이라면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하고 이듬해부터 매년 1회 접종하면 된다. 유병욱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예방 범위가 넓은 4가 독감백신으로 대비하고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