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VR 콘텐츠 시대] 콘텐츠 제작비 2배…'3D TV 몰락' 전철 밟을 수도

새 물결인가, 반짝 유행인가

소비자 사용경험 아직 부족
사용시 어지러움 해결해야
가상현실(VR) 콘텐츠와 기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 뒤편에는 ‘반짝 유행’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2010년 세계적인 붐을 일으켰다가 존재감이 희미해진 3차원(3D) TV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TV 시장에서 3D TV 판매 점유율은 8.0%에 불과했다. 2014년 1분기 54.4%까지 올랐던 3D TV 시장점유율이 ‘급전직하’했다. 영화 ‘아바타’와 월드컵 열풍을 타고 높아진 3D 영상 인기는 고가의 하드웨어를 갖춰야 볼 수 있다는 한계 때문에 금세 시들해졌다. 지상파 방송사도 시험방송만 하다 3D 영상 콘텐츠 송출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3D TV의 몰락’을 가속화했다.

VR 시장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은 “의료나 건축, 여행 등의 분야에서 VR 콘텐츠가 먼저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며 “의외로 게임 부문에선 경량화가 쉽지 않은 VR 기기의 한계 때문에 (VR 시장 형성을 위한)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VR 기기의 가장 큰 난제인 두통,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 때문에 VR 영상 대중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국내 게임업계가 VR용 게임 개발에 소극적인 이유다. 윤준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은 “게임 이용자들은 아직 VR 콘텐츠에 대한 체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왜 비싼 돈을 주고 VR 기기를 사야 하는지에 의문을 품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에선 시장이 먼저 형성된 뒤 뛰어들려는 업체가 많다”고 말했다.콘텐츠 제작이 까다로운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VR 콘텐츠는 360도 모두 영상에 담아야 하는 만큼 제작진과 장비가 보이지 않게 촬영하는 것이 굉장히 까다롭다”며 “제작비와 촬영 시간도 평소의 1.5배에서 2배가 더 든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