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멕시코에서 본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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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택 < 중소기업중앙회장 sgtkpk@kbiz.or.kr >박근혜 대통령 동행 경제사절단으로 멕시코를 다녀왔다. 2박3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국 기업인들은 역대 최대 규모인 117개 기업, 200여명이 멕시코를 찾아 34개의 양해각서(MOU)와 19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 기반을 만들었다.
‘미 대륙을 위한 공장’이라 불리는 멕시코는 세계 자동차 공장들의 집결지다. 폭스바겐과 닛산은 물론 현대·기아자동차도 진출했으며, 2020년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1만달러로 한국 대비 3분의 1 수준이고, 미국 및 캐나다와의 접근성 등 성장에 충분한 토대를 가지고 있음에도 아직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한 게 의아했다.가이드의 설명으로 의문점은 풀렸다. 한·멕시코 비즈니스 포럼을 위해 호텔로 가는 길, 출근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도로엔 출근 차량들로 가득했고 교통 체증은 심각했다. 그런데도 길거리 사람들은 뛰는 대신 걷고 있었다. 멕시코만의 시간 개념인 ‘마냐나 문화’ 때문이다. ‘내일’을 의미하는 스페인어지만, “안 되면 지금 말고 다음에 하면 된다”는 식의 독특한 문화를 대변하는 표현이다. “점심시간이 2시간30분인 멕시코인들이 한국 출장시 가장 당황하는 순간은 짧은 점심시간”이란 가이드의 이야기도 우스갯소리로 다가왔다.
반대로 한국인의 근면성과 열정이 멕시코에서 최고로 평가받고, 많은 한인 4·5세대가 멕시코 주류사회에 진입했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1905년 인천 제물포항을 떠났던 멕시코 한인 1세대는 모래바람이 날리는 사탕수수 농장에서 힘든 노동을 감당하며 6세대에 이르는 후손을 길러냈다. 약 4만명으로 추정되는 한인들은 현재 주 대법원장부터 하원의원, 마야 유적 관리소장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다. 1961년 1인당 국민소득 82달러로 아프리카 가나의 절반에도 못 미친 세계 최빈국이었던 나라를 세계 10위권대 경제 강국으로 성장시키고, 단기간에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한국인의 정신이 멕시코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멕시코는 인구와 영토, 지하자원 등 부러워할 만한 자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공평하다. 근면성과 도전정신, 그리고 타고난 열정이란 무한한 자원은 한국에 있다. 필자는 멕시코에서 희망을 봤다.
박성택 < 중소기업중앙회장 sgtkpk@kbiz.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