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참패한 문재인, '광주 반전'은 없었다…정치 생명 최대 위기

희비 엇갈린 여야 대표
“호남에서 문재인의 반전은 없나.”

4·13 총선 개표가 이어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의 호남 참패가 기정사실화되자 당직자 사이에서 흘러나온 얘기다. 14일 오전 1시 현재 개표 결과 더민주는 수도권의 예상 밖 선전에도 불구하고 광주를 비롯해 호남 전역에서 국민의당에 참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내 반대 속에 감행한 두 차례 호남 방문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문 전 대표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광주 8곳 중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뒤지지 않던 광산을 이용섭 후보가 권은희 국민의당 후보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자 더민주 선거대책본부는 충격에 휩싸였다.문 전 대표는 지난 8일 광주를 방문해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문 전 대표 방문 직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광주·전남은 물론 당초 우세가 예측되던 전북에서도 대부분 의석을 국민의당에 빼앗기면서 문 전 대표는 자신의 말에 책임져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호남의 ‘반(反)문재인’ 정서를 선거에서 확인한 이상 야권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쉽지 않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노무현 정부가 호남 인사를 배척했다는 이른바 ‘호남 홀대론’이 실체가 없다는 사실을 각계각층에서 지적했지만 이를 뛰어넘지 못한 결과를 얻은 점은 문 전 대표가 정치를 지속한다면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더민주 관계자는 “문 전 대표의 처지가 옹색해졌다”며 “선거 결과만 보면 더민주가 이겼지만 호남 패배로 문 전 대표의 정치생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