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후폭풍] "국민 요구는 민생국회"…두 줄짜리 논평 내고 장고 들어간 박 대통령

신여소야대 정국 (2) 국정기조 전환 '암중모색'

청와대 "4대 구조개혁·경제활성화법 후퇴 없다"
핵심법안 국회 통과 위해 '대화정치' 불가피
청와대 참모진 개편·개각 카드 언제 꺼낼지 주목
< 고개 숙인 김무성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4·13 총선 결과와 관련해 ‘책임’을 언급하지 않았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밝힌 청와대 입장은 딱 두 문장이었다.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길 바란다. 국민의 이런 요구가 (총선 결과에)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것. 으레 나올 법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말은 없었다.

박 대통령이 총선 참패 후 일성으로 ‘민생을 챙기는 20대 국회’를 언급한 것은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구조개혁, 경제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개혁 입법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청와대 참모들은 설명했다.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총선에 패배했다고 해서 구조개혁이라는 국정기조의 큰 틀이 수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경제심판론’의 승리로 보지만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의 인식은 다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 공천과정에서 드러난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간 계파싸움을 지켜본 보수층 지지자들이 돌아선 것이 패배의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유권자들이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심판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도 대변인을 통해 “민생을 챙기는 새로운 국회가 되길 바라는 국민의 요구가 총선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 임기는 1년10개월 남았다. 의회권력은 여소야대로 바뀌었다. 야당의 협조와 도움 없이는 노동개혁 등 4대 구조개혁은 물론이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핵심 법안 통과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자칫 남은 임기 동안 ‘식물정부’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위기를 누구보다 박 대통령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정치권은 박 대통령의 대(對)여의도 정치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박 대통령은 올 2월까지만 해도 여당의 뒷받침과 야당의 분열양상, 비교적 높은 지지율 등을 바탕으로 핵심 법안 통과를 위해 야당을 줄곧 압박해왔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회가 직무유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의장에게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촉구할 정도였다. 청와대 측은 여야 대표를 초청하는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소통해왔다고 하지만 일방적이고 양보 없는 수직적인 소통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단독 야당이 버티고 있을 때보다 색깔이 서로 다른 3당 체제에서 대화정치가 더 활발해질 수 있지 않겠느냐”며 “박 대통령이 20대 국회에서 정치권과의 소통 접점을 더욱 넓히면서 국정을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 대통령은 총선 참패 책임 차원에서 조만간 참모진 개편과 일부 내각 개편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신동철 정무비서관이 총선 이전부터 사퇴의사를 밝혀 정무라인 교체가 예상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