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는 공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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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4
전체 주식 0.5% 이상 땐 투자자 공개…10억 넘으면 금감원에 보고 의무화
자본시장법 개정안 입법 예고
개별펀드 아닌 기관 단위 합산 3거래일 내 공시·보고해야
공매도 1억 이하땐 보고의무 면제
6월29일부터 시행
업계 "운용 전략 노출 우려…한국형 헤지펀드 육성에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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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공시 기준은 유럽, 일본 등 해외 사례를 감안해 개별종목 주식 총수의 0.5%로 정했다. 공시 시점은 변동이 일어난 날로부터 3거래일 이내다. 예를 들어 특정 자산운용사가 주식 총수가 1000주인 회사 주식을 5주 이상 공매도하면 앞으로는 일반 투자자도 이 운용사가 언제 어느 정도의 주식을 공매도했는지 알 수 있다. 월요일에 공매도가 이뤄졌다면 늦어도 목요일에는 알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매도에 대한 기관과 개인 간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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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와 보고의무는 개별펀드가 아니라 기관투자가 단위로 부과된다. 여러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A펀드가 셀트리온 주식 0.2%를 공매도하고, B펀드가 같은날 셀트리온 주식 0.3%를 공매도한다면 해당 기관이 합산해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업계는 금융위의 이 같은 움직임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헤지펀드를 굴리는 자산운용사들은 잦은 공시로 펀드운용 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운용사의 헤지펀드 본부장은 “중소형주는 운용사당 3~4종목은 공시 대상이 될 것”이라며 “한 번 매도 포지션을 잡으면 3~6개월은 포지션을 유지하는데 실시간으로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털어놨다.운용사들은 외국계 증권사와 주식스와프(주식교환) 계약을 통해 공매도 공시 의무에서 벗어날 수는 있다. 하지만 주식 매매차익은 비과세인 반면 스와프에 따른 수익은 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이 같은 방법을 활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형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보고의무를 피하기 위해 공매도 비중을 줄이는 보수적인 전략을 택할 수도 있다”며 “한국형 헤지펀드를 육성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당초 방침과 어긋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지명도 높은 운용사가 공매도 종목을 밝히면 다른 기관이 비슷한 전략을 구사해 추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45조7720억원) 중 공매도 거래금액(2조9697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달했다.
이유정/안상미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