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사과·보상…"재원 100억 마련"

[ 오정민 기자 ] 롯데마트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 자체브랜드(PB)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보상에 나서기로 했다. 사건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역학조사 발표 후 5년 만에 나온 관련 기업의 첫 사과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이하 와이즐렉) 사망 사건 관련 기자 회견을 열고 피해 보상 전담 조직 설치와 보상 기준·재원 마련 착수를 골자로 한 보상안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큰 고통과 슬픔을 겪은 피해자와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두 차례 머리를 숙였다. 그는 "원인 규명과 사태 해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점 깊이 사과 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대표는 검찰 수사 종결 전까지 피해보상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피해보상 선정 기준 및 보상 재원 마련에 착수하기로 했다. 그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 와이즐렉과 피해자와의 인과관계를 밝히겠다"며 "피해자와 협의를 시작하기 전 100억원 정도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가 끝나는대로 인과 관계가 있는 피해자와는 보상 협의를 바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하고 상품 안전성을 강화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김 대표는 "2006년 와이즐렉을 출시할 때 같은 용법의 제품들이 2001년 이후 수년간 문제 없는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었고, 자체적으로 상품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그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대한 피해 보상 추진이 롯데그룹 차원의 결정이냐는 질문에 전적으로 롯데마트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롯데마트의 사과를 계기로 제조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와 PB상품 제조·유통사인 홈플러스 등도 보상에 나설지 주목된다.

그러나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롯데마트가 검찰 수사를 하루 앞두고 사과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아이를 잃은 안성우 씨는 피해자에게 롯데마트가 연락하지 않았다며 "언론에만 알려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면피성이고 다시 한번 공개 사과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지금까지 피해가 신고된 14가지 가습기 살균제 제품 중 롯데마트 판매상품의 피해자는 총 61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2명이 사망한 것으로 센터는 주장했다. 옥시레킷벤지커·애경산업 제품에 이어 세 번째로 피해자가 많이 나온 수치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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