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바뀐 구리시, 10조 '디자인시티' 좌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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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선거 당선된 백경현 시장10조원 규모의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인 구리월드디자인시티(GWDC) 사업이 본격 추진된 지 5년여 만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지난 4·13 총선과 함께 치러진 경기 구리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백경현 시장이 최근 GWDC 사업을 사실상 백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5년여간 GWDC 조성에 총력을 기울여온 구리시의 행정력만 낭비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백 시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토평동 일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GWDC 대신 수변생태공원 조성 등 한강변 그린벨트 활용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변생태공원 조성 검토하겠다"
GWDC사업 사실상 백지화
3연임 박영순 전 시장 역점 사업
5년간 디자인시티 조성에 총력
작년 3월 국토부 조건부 승인받아
구리시장 보궐선거는 2006년부터 내리 3선에 성공한 박영순 전 시장이 지난해 12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벌금 300만원의 형이 확정돼 시장직을 상실하면서 치러졌다. 백 시장은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선 박 전 시장의 부인 김점숙 씨를 누르고 당선됐다.
GWDC는 구리시 토평·교문·수택동 일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80만6649㎡에 월드디자인센터와 상설 전시장, 업무 단지, 호텔, 쇼핑센터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그린벨트 개발 사업이다.박 전 시장은 2008년부터 이 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해왔다. 구리시는 건축·인테리어 및 디자인 분야의 2000여개 해외 기업을 유치해 디자인 중심의 국제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구리시 산하 구리도시공사가 부지를 조성하면 외국 투자자가 토지를 분양받아 건물과 공장 등을 짓는 방식이다.
박 전 시장이 부임 기간 내내 “모든 행정력을 GWDC에 걸고 있다”고 밝혔을 정도로 구리시는 GWDC 조성에 전력투구해왔다. 이 사업은 환경 문제와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 2011년부터 일곱 차례 상정된 끝에 지난해 3월에야 가까스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행정자치부의 지방재정 투융자 심사에서 보류된 뒤 같은 해 12월 재상정될 예정이었으나 박 전 시장이 시장직을 잃으면서 무기한 연기됐다.
구리시 공무원 출신인 백 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 출마 당시에도 “GWDC 사업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며 반대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전체 재원의 80%인 8조원을 외국 자본으로 유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더는 진행하기 어려운 GWDC 사업 대신 수변생태공원 조성을 검토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박 전 시장은 2014년 10월 미국 베인브리지캐피털과 20억달러의 투자협약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총 54억달러(약 6조2170억원)가량의 투자금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GWDC에 자금을 투자한 외국 기업은 아직 없다. 이 때문에 국토부와 행자부도 GWDC 조성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