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바뀐 구리시, 10조 '디자인시티' 좌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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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선거 당선된 백경현 시장10조원 규모의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인 구리월드디자인시티(GWDC) 사업이 본격 추진된 지 5년여 만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수변생태공원 조성 검토하겠다"
GWDC사업 사실상 백지화
3연임 박영순 전 시장 역점 사업
5년간 디자인시티 조성에 총력
작년 3월 국토부 조건부 승인받아
백 시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토평동 일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GWDC 대신 수변생태공원 조성 등 한강변 그린벨트 활용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리시장 보궐선거는 2006년부터 내리 3선에 성공한 박영순 전 시장이 지난해 12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벌금 300만원의 형이 확정돼 시장직을 상실하면서 치러졌다. 백 시장은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선 박 전 시장의 부인 김점숙 씨를 누르고 당선됐다.
GWDC는 구리시 토평·교문·수택동 일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80만6649㎡에 월드디자인센터와 상설 전시장, 업무 단지, 호텔, 쇼핑센터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그린벨트 개발 사업이다.
박 전 시장은 2008년부터 이 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해왔다. 구리시는 건축·인테리어 및 디자인 분야의 2000여개 해외 기업을 유치해 디자인 중심의 국제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구리시 산하 구리도시공사가 부지를 조성하면 외국 투자자가 토지를 분양받아 건물과 공장 등을 짓는 방식이다.
박 전 시장이 부임 기간 내내 “모든 행정력을 GWDC에 걸고 있다”고 밝혔을 정도로 구리시는 GWDC 조성에 전력투구해왔다. 이 사업은 환경 문제와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 2011년부터 일곱 차례 상정된 끝에 지난해 3월에야 가까스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행정자치부의 지방재정 투융자 심사에서 보류된 뒤 같은 해 12월 재상정될 예정이었으나 박 전 시장이 시장직을 잃으면서 무기한 연기됐다.
구리시 공무원 출신인 백 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 출마 당시에도 “GWDC 사업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며 반대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전체 재원의 80%인 8조원을 외국 자본으로 유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더는 진행하기 어려운 GWDC 사업 대신 수변생태공원 조성을 검토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박 전 시장은 2014년 10월 미국 베인브리지캐피털과 20억달러의 투자협약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총 54억달러(약 6조2170억원)가량의 투자금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GWDC에 자금을 투자한 외국 기업은 아직 없다. 이 때문에 국토부와 행자부도 GWDC 조성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