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판게아(Pangaea)
입력
수정
지면A39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이를 과학적으로 처음 밝힌 사람은 독일 기상학자 베게너다. 그는 지구 대륙이 원래 하나였다가 분리됐다는 대륙이동설을 제창했다. 1915년 저서 대륙과 해양의 기원에서 그는 이 원시대륙을 판게아(Pangaea)라고 불렀다. 범(汎·pan), 대지(大地·gaia)의 합성어로 ‘지구 전체’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따온 이름이다. 지금의 7개 대륙은 이 판게아에서 찢어져 나온 조각이라는 것이다.당시 지질학자들로서는 지동설에 버금가는 충격이었기에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거대한 대륙을 움직이는 힘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었다. 결국 판게아 이론은 빛을 보지 못했고, 베게너는 증거를 찾는 데 일생을 바치다 그린란드 탐사길에서 동사하고 말았다.
상황이 반전된 건 1960년대 지진연구 이후였다. 미국과 소련이 핵실험을 감시하기 위해 구축한 전 지구적 지진관측망 덕분이었다. 지진파 이동 과정을 관찰하던 학자들이 약 100㎞ 두께의 단단한 지구 암석권 밑에 연약권이라는 뜨거운 액체층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대륙이 액체층 위에서 떠다니듯 움직일 수 있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생물학적 증거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북미 지역에서 남쪽 오세아니아로 이동했다가 대륙 분리 후 독자적으로 생존한 캥거루 등이 그렇다. 고대 척추동물인 폐어(肺魚: 폐로 숨쉬는 물고기)가 남아메리카·아프리카·호주에 남아 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대륙이동설과 함께 판구조론(板構造論)도 입증됐다. 연약권 위에 떠 있는 암석권은 판이라고 불리는 10개의 조각으로 나뉘어 있고, 그 경계에서 지진과 화산 활동이 일어난다는 이론이다. 그중에서도 환태평양 조산대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이른바 ‘불의 고리’다. 최근 연쇄 지진과 화산 분화가 일어난 일본, 에콰도르, 멕시코도 이 판의 경계에 있다.
지구 대륙은 지금도 조금씩 이동해 북아메리카와 유럽이 1년에 2㎝ 정도씩 멀어지고 있다. 학자들은 31억년 전부터 몇억년 주기로 대륙이 하나로 뭉쳤다 분리되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지진 한 번에 섬나라 경계가 몇㎝씩 움직이는 걸 보면 그럴싸한 이론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