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가르치는 교과서도 없는데…'사회적 경제' 먼저 배우는 서울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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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서울교육청, 2학기부터 초·중·고 수업 편성
협동조합·사회적 기업 상당수
보조금 의존·부실운영에도 "양극화 해소에 기여한다" 평가
전문가 "반기업 정서 조장 우려"

서울 초·중·고등학생이 오는 2학기부터 정규 수업시간에 배울 ‘사회적 경제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다. 서울시와 서울교육청이 ‘돈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경제 교육’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지난해부터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종사자들과 함께 제작한 교과서다. 헌법에 명시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가르치는 교과서도 없는 마당에 학생들에게 반(反)시장경제와 반기업 정서만 심어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본지 2015년 10월14일자 A12면 참조
서울시와 시교육청이 19일 공개한 ‘사회적 경제 교과서 워크북’에는 사회적 경제의 등장 배경과 개념,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공정무역 등에 대한 내용이 기술돼 있다. 시장경제 전문가들은 시장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앞세우고, 사회적 경제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 없이 장점만 나열한 이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시장경제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경제 교과서 제작에는 서울시와 시교육청, 시의회 및 협동조합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기업 및 경제계 인사들은 배제됐다. 시교육청은 이 교과서를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관련 교과 수업과 연계한 보조자료로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중학교에서는 ‘인정 교과서’로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인정 교과서는 시·도교육감 승인만 있으면 학교에서 쓸 수 있는 필수과목(국어·영어·수학 등) 외 교과서를 말한다. 시 고위 관계자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사회적 경제 교과서 도입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중학교에서 가르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현재 중학교 교과과정에는 경제 과목과 경제 교과서가 없어 학생들이 제대로 된 경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다. 사회 교과목에 10여쪽가량 시장경제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는 정도다. 이마저도 수요와 공급, 가격 형성 원리 등 원론적인 내용만 담겨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사회적 경제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시장경제는 나쁘고, 사회적 경제는 좋은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며 “편향적인 경제관이 학생들에게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