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공기업이 뛴다] '원전 안전 파수꾼' 한수원…납품비리 업체 퇴출·월 3회 현장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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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주)한국수력원자력(사장 조석·사진)은 ‘비리 없고 안전한 원자력발전소 운영’을 위해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감사팀 대폭 보강…내부 자정능력 강화
2급 이상 재산 공개…비리 가능성 원천 차단
원전 이용률 84%로 회복…당기순이익 1조5000억
원전안전 소통위원회 발족…정보 공개 등 대국민 홍보
조석 사장은 2013년 취임하자마자 ‘원전 가동 정상화 전담팀’을 구성해 시험성적서 위조 비리로 멈춘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호기의 케이블 교체 계획을 수립했다. 계획에는 케이블 재검증과 교체 작업 병행을 통한 공사기간 단축, 케이블 교체 과정을 규제기관은 물론 지역 주민에게도 투명하게 공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 결과 3기의 원전이 2014년 1월 초 안전성을 확인받아 재가동에 들어갔고, 동절기 전력수급 위기를 무사히 극복할 수 있었다.회사 경영의 핵심 3대 축인 조직, 인사, 문화 혁신도 광범위하게 시행하고 있다. 조직과 관련해 내부 자정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2팀 20명 수준이던 감사팀 조직을 기동감찰팀 등 6팀 55명으로 확충했다. 검찰과 경찰 출신 감사인력을 영입하는 등 감사인력의 전문화도 꾀했다. 내부고발 활성화를 위해 해외에 서버를 둔 ‘레드휘슬’ 제도를 도입했고, 직원 윤리의식 제고를 위해 2직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재산등록제도’를 운영해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했다.
예측 가능한 인사 체계를 정립하는 등 투명성 제고에도 힘썼다. 정기 인사이동 및 순환보직 기준 등 인사운영 계획을 사전에 공지했고, 직무능력을 중심으로 고위 간부의 20%를 교차로 보직을 맡게 하는 등 인사 운영을 합리화했다.납품 비리 등으로 문제를 일으킨 업체는 원전업계에서 사실상 퇴출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정당하지 않은 업체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제재 처분 기간 중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모든 공기업의 입찰 참가를 제한했다.
한수원은 원전의 안전운전 기반 강화를 위해 본사 인력을 감축해 현장에 배치하는 등 현장중심 원전운영 체계를 대폭 강화했다. 구매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일정금액 이상 수의계약에 ‘심의위원회’를 도입했으며 수의계약 입찰공고 20일 전 인터넷에 사전 공고해 이의제기를 받고 있다. 구매한 부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인적 역량을 강화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였다.
한수원의 현장 중심 경영은 경직됐던 조직문화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조 사장은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는 경영방침을 세우고 2014년 2월부터 최소 월 3회 이상 발전소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1만명에 달하는 전 직원을 만나기 위해 그동안 이동한 거리만 5만㎞를 넘었다.이런 혁신 노력의 결과 2013년 75.5%까지 떨어졌던 원전 이용률은 2014년 84.5%로 회복됐으며, 2013년 최하인 5등급까지 하락했던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는 2014년 3등급으로 대폭 상승했다. 비리 발생으로 인한 발전소 정지로 한수원은 2013년 188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나 2014년에는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내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한수원은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과 대외 소통 강화를 위한 정책 자문기구인 ‘원전안전·소통위원회’를 2014년 공식 출범시켰다. 원전 안전문화 및 소통을 위한 자문, 정책 제안, 갈등 조정과 예방을 위한 통합 소통기구다. 위원회는 내부 경영진과 함께 외부 전문가로 구성해 원전의 투명 경영과 정보공개 등 대국민 소통 창구 역할을 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7월 신월성 2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해 원전 24기 시대를 열었다. 원전 운영사 기준으로 프랑스 EDF와 러시아 로사톰에 이은 세계 3위 규모다. 글로벌 수준의 원전 안전과 국민 신뢰 확보를 위해 ‘통합경영관리모델’ 구축에 힘쓰고 있다. 원전운영 관련 업무를 기능 영역과 프로세스로 표준화하고, 본사와 사업소의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한 관리모델이다. 조석 사장은 “선진 원전 운영사가 되는 데 통합경영모델 정착은 필수”라며 “경영 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해 세계 최고의 발전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