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거품 낀 중국 경제, 그 중심엔 '정부 만능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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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6
예고된 버블
주닝 지음 / 이은주 옮김 / 프롬북스 / 388쪽 / 1만6000원
이런 식의 해결이 반복되자 이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만연해졌다.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택을 사면 손해 볼 일이 없다는 믿음이 확고해졌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줄 테니 말이다.세계적 경제학자인 주닝 상하이교통대 고급금융학원 부원장 겸 금융학 교수는 《예고된 버블》에서 중국 경제의 과거 기적과 오늘날의 생산과잉 문제가 정부의 ‘암묵적 보증’ 위에 이뤄졌다고 지적한다. 주 교수는 이 책에서 중국 정부가 외부에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중국 경제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친다. 정부의 암묵적 보증으로 디폴트, 파산, 채무 재조정 등 정상적인 시장 도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경제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먼저 중국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그림자 금융’ 문제부터 살펴본다. 그림자 금융이란 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하면서도 은행처럼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거래와 금융회사를 말한다. 소규모 신탁회사, 대출회사, 자산관리회사 등은 신용도가 낮아서 은행이 대출을 꺼리는 차입자에게 돈을 빌려준다.
그림자 금융 회사들은 국유 은행들의 지원 속에 기업,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출을 늘려가고 있다. 중국의 총 국가부채는 2008년 국내총생산(GDP)의 128%에서 2013년 216%로 증가했다. 그는 2017년에는 GDP의 271% 수준까지 늘어 새로운 금융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이런 거품 붕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경제성장 속도는 중국 지방정부 관리들의 실적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주 교수는 이런 평가기준이 지방정부의 부채, 과잉투자, 과잉생산, 환경 악화와 같은 문제의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따라서 소득분배, 사회안정, 복지 등 ‘성장의 질’을 중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저자는 또한 “중앙정부와 규제 기관들은 본보기로 디폴트 사태를 몇 차례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투자자와 기업이 책임감을 가지고 합리적인 투자와 자금조달을 하게 된다는 것. 왜곡된 시장의 기능을 바로잡는 것이 거품 붕괴를 막는 최선의 길이라는 얘기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