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인생 이모작' …60세 넘게 일해야죠"

한국서 희망퇴직하고 일본 SBJ은행에 재채용된 3인

신한은행 퇴직후 일본으로 재취업
일본 현지 직원들은 60대가 많아
나이들어도 일할 수 있어 부러워

신한은행에서 희망퇴직한 뒤 일본 현지법인인 SBJ은행에 재취업한 홍의식 감사부 검사역(오른쪽부터)과 신명식·이훈구 검사역이 도쿄 SBJ은행 본사에서 ‘금융사고 없는 SBJ은행’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신한은행에서는 희망퇴직을 했지만 SBJ에선 정년을 채우고 싶습니다.”

신명식 SBJ은행 감사부 검사역(54)은 22일 “여기 와서 보니 여섯 명인 부서에 나보다 나이 많은 직원이 세 명이나 있더라”며 이같이 말했다. 신한은행 일본 현지법인인 SBJ은행은 지난달 신한은행에서 희망퇴직한 직원 중 일본어가 어느 정도 가능한 세 명을 경력직으로 채용했다. 신 검사역과 홍의식 검사역(54), 이훈구 검사역(53)이다. 이들은 인생 이모작의 기회를 얻었고, SBJ은행은 구인난이 심각한 일본에서 은행 경력이 풍부한 직원을 채용해 서로 ‘윈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 검사역과 홍 검사역은 1981년 신한은행 입행 동기이고, 이 검사역은 1년 늦게 입행했다. 은행원으로 30년 이상 근무하다 2014년과 2015년 회사를 잠시 떠났다. 신 검사역은 “후배들도 있고 조직을 위해 희망퇴직을 선택했지만 당시 결정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충북 충주와 경기 용인 구성역지점에서 3년간 지점장을 지냈다. 홍 검사역은 심사부, RM(기업금융담당자) 등 주로 기업금융업무를 담당했고, 이 검사역은 도쿄지점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SBJ은행은 신한은행 인사부의 협조를 받아 50명의 대상자를 추렸고 의향을 물어본 세 사람이 모두 입사 의지를 보였다. 홍 검사역은 “곧바로 ‘OK’라고는 안 했지만 ‘은행을 그만뒀는데 나를 필요로 하는 조직이 있구나. 그런데 그게 또 신한과 연결된 SBJ구나’라고 생각하니 정말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히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은행을 다니면서 외국어 하나 정도는 해야겠다고 한 게 일본어였다”며 “이렇게 써먹을 줄은 전혀 몰랐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SBJ은행에 오기 전 신한은행 퇴직 후 프로그램 중 하나인 검사역으로 채용돼 하루 두 시간씩 일했다. 신 검사역은 “여기도 계약직이긴 하지만 일본 전 지점을 나눠 담당하고 하루 여덟 시간 이상 일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비정규직보호법상 계약직도 같은 직무에서 5년간 일할 수 있다. 신 검사역은 “부장을 빼고는 현지 직원 나이가 68세, 63세, 60세”라며 “한국은 50대 중반이면 다들 직장을 떠나는데 나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건 정말 부럽다”고 말했다.

4주간 연수를 거쳐 지난주 부서에 배치돼 아직은 다들 적응기간이다. 홍 검사역은 “30년 이상 몸담은 신한 출신이어서인지 누구보다 회사에 대한 애착이 있다”며 “검사역을 맡는 동안 한 건의 금융사고도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래야 후배들에게 이런 좋은 기회가 또다시 주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 검사역과 홍 검사역은 도쿄 이케부쿠로에 있는 SBJ은행 독신자 숙소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다. “50대 중반에 인적 네트워크가 전혀 없는 곳에서 생활하는 쓸쓸함이 있었는데 이달 말 골든위크 휴가 때 한국에 다녀올 겁니다.”(신 검사역) 그의 웃음 섞인 얼굴에서 첫 휴가를 앞둔 신병의 기대감이 느껴졌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