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빗GO] 춘천가는 전기차…'테슬라 환상'은 버렸다

"전기차 탈 바엔, 전 기차 타겠습니다"
전기차 대세라는데…충전은 해보셨나요?

48시간 고생길…턱없이 부족한 충전 인프라
7가지 불편…정부, 해결할 수 있나요?
[편집자 주] 차의 대세, 단연 전기차입니다. 스포츠카 뺨치는 디자인에 친환경적(논란은 많지만)이고, 저렴한 연료값을 자랑하니 말입니다. 특히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의 결정체라는 자율주행력(무인자동차)까지 갖춘 스마트 전기차에 산업계는 열광합니다. 세계적 아이콘, 테슬라가 출시도 않은 '모델3'로 전세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게 그 증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실제 100% 순수 전기차를 타 본 사람은 드뭅니다. 가장 기본적인 배터리 충전까지 해봤다는 사람 찾기는 더 힘듭니다. 뉴스와 영화 속 미래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만 정작 우리 주변 전기차 관련 인프라와 사용자 경험은 많이 부족하죠. 충전 시설 미비와 짧은 이동거리는 여전히 아킬레스건입니다. 그래서 래페지기(뉴스래빗 페이스북 관리자) 김현진, 신세원 기자가 서울-춘천 전기차 왕복 운전(약 220km)을 실험해봤습니다. 차가 멈춰설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사투를 벌인 1박2일 '개고생 현장', 먼저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래빗 고(GO) !.!

▼ [래빗GO] 래페지기 그녀..'개고생' 전기차 라이딩 영상

▲ 1초당 60프레임, 액션캠(소니)으로 촬영해 일반 영상(30P)보다 자연스럽습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BMW코리아 본사에서 전기차 'i3(6350만원)'를 빌렸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 완충 상태에서 이론상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132km. 출발 당시 계기판에 적힌 주행가능거리는 94km였습니다. BMW코리아로 무사히 되돌아오려면 왕복 220km 도중 한번은 충전해야 합니다.
첫 목적지는 경기도 가평휴게소(춘천방향 65km). 하남 부근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30도 안팎의 이른 고온 현상으로 차 안은 사우나 같았고, 에어컨을 켜자 주행가능 거리는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충전이 필요한 때. 주유소는 널려있지만 전기 충전기를 갖춘 휴게소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일단 한국자동차환경협회(1661-9408)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곤 '멘붕(멘탈 붕괴)'이 왔습니다.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려면 환경부에서 발급한 충전카드를 소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급속충전기가 설치돼있는 주변 대형마트에 전화를 걸어봤지만 역시 충전카드가 필요했습니다. 첫날, 래빗GO는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습니다.
급속충전기 충전카드.
# 불편 1. 충전카드는 있으신가요?여러분, 충전카드 없이 전기차 몰면 '절대' 안됩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환경부에서는 국내 보급 성능 평가시험을 완료한 전기자동차에 대해 충전카드를 발급하고 있다"며 "환경부에서 운영중인 급속충전기 사용을 위해서는 충전카드를 반드시 소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환경부 전기차 충전소 홈페이지에서 충전카드를 신청했습니다. 다음날 회원번호를 발급받아 다시 전기차 체험에 나섰습니다. BMW본사에서 3시간 충전한 후 '춘천가는 전기차' 2차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 불편 2. 충전기 도대체 어디있나요?급속 충전기가 설치된 가평휴게소(춘천방향)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주유소는 잘 보이지만 충전기를 단번에 찾기 힘들었습니다. 입구에 안내 표지판이 없었습니다. 한참을 헤매다 휴게소 한켠 구석에 발견했습니다. 주유기 1대만한 크기로 눈에 잘 띄지 않았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충전기 앞에 섰습니다. '연결하다 감전되면 어떡하지', '비 올 때도 괜찮을까'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치던 찰나, 충전기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설명법 안내도 없고, 요금 계산법도 없었습니다.

"충전 못해서, 서울로 돌아가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어리둥절했습니다.

# 불편 3. 결제카드는 3社만 가능?

충전번호를 충전기에 입력하고 충전금액 2만원 설정한 후 일단 결제를 시도했습니다. 신용카드를 인식기에 접촉해도 먹통입니다. 이 신용카드는 안되는건가? 가지고 있던 모든 카드를 접촉해보았습니다.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안내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사용법, 지불방법을 묻고 또 묻는 불편함이 반복됐습니다. 현재 급속충전기 요금을 결제할 수 있는 신용카드는 BC, KB국민, 신한 3사뿐입니다. 아찔합니다. 만약 해당 카드가 없으면 낭패입니다.

# 불편 4. 왜 이렇게 접촉 오류가 잦나요?

해당 카드가 있는 기자도 5~6번 시도한 끝에 결제에 성공했습니다. 긁는 게 아닌, 카드 태킹(tagging) 방식이라 통신 오류가 잦았습니다. 고생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충전기 케이블 단자가 전기차 어댑터에 쏙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이 탓에 충전이 중단되는 오류가 3번이나 발생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충전은 성공했습니다. 36분 충전으로 주행가능 거리는 다시 80km대로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충전하는데만 1시간 이상을 휴게소에서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이 탓에 최종 목적지인 춘천까지 결국 총 2시간 30분 걸렸습니다. 일반 자동차로 1시간 반이면 오는 거리입니다.

# 불편 5. 충전기 왜 1대 뿐인가요?

문제는 또 있습니다. 가평휴게소처럼 대다수 충전소에는 충전기가 1대 뿐입니다. 만약 누군가 먼저 충전을 하고 있다면, 전기차가 늘어나 2명, 3명 충전을 대기한다면.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재충전에만 2~3시간이 걸릴테고, 결국 최종 목적지 도착 시간은 훨씬 늦어집니다.

서울로 돌아온 길은 구불구불한 국도. 직선 도로보다 배터리 소모가 빠른 듯했습니다. 주행가능거리가 15km까지 떨어지자 또 충전이 필요하다는 경고메시지가 떴습니다. 2차 충전을 위해 국도에서 다시 고속도로로 올라타 가평휴게소(서울방향)에 갔습니다. 급속충전 30분으로 주행가능 거리를 다시 늘렸습니다.

돌아오는 내내 길이 막혀 불안한 마음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서울-춘천 간 220km 주행에 2차례 급속 충전, 연료 채우는데만 1시간을 휴게소에서 보내는 셈입니다.

# 불편 6. 완속 충전, 소비자가 할 수 있을까요?

전기차 구매자의 완속 충전기 설치는 과연 쉬울까? 전기차 구매시 1대당 충전기 1기가 보급됩니다. 보급모델은 완속충전기(스탠드형, 벽걸이형)과 이동형충전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전기 설비공사 포함를 포함해 각각 400만원, 80만원입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초과분이 발생하면 차주가 부담해야합니다.
충전기는 전기차 보급대상자 본인 소유의 주차장 공간에 설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아파트 주차장 등 충전기 설치장소가 본인 소유가 아니면 입주자대표회의, 상가관리단 혹은 입주 세대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일일이 구매자가 받아야합니다. 개인이 준비해야하는 완속충전기 설치 관련 서류는 전기자동차 보조금 신청서, 주민등록등본, 기타 증명서류 등 10여개에 달합니다. 이걸 혼자 다 할 수 있을까요?

# 불편 7. 충전 소비자가, 알쏭달쏭

정부는 지난 4월 11일부터 전기차 급속충전기 전기요금을 1kWh당 최대 313.1원을 징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가평휴게소 전기요금은 1kWh당 299원이었습니다. 왜 가격 차이가 날까요?

환경부 확인 결과 충전 전력 전기요금은 일반 가정용과 달리 계절별, 시간대별 부하에 따라 최저 51.2원/kWh~최대 206.5원/kWh(평균 100원/kWh)까지 달라집니다. 4배나 왔다갔다 하는 구조죠. 날짜별, 계절별 요금이 달라지는 구조이니 평균 연료비를 소비자가 가늠하기 힘듭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연간 1만3378km 주행 시 연료비는 58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급속충전기 요금을 일반 내연기관 유류비와 비교하면, 휘발유 대비 44%며 경유 대비 62% 수준이라는데요. 운전자가 실제 1년을 몰아봐야 연료비 비교가 가능할 듯 합니다.
◇ 정부, 충전요금 받을 준비 마치셨나요?

뉴스래빗 점검 결과, 잦은 충전과 부족한 충전시설은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현재 전국 공공용 급속충전기는 337기 뿐입니다. 환경부는 2017년까지 약 600개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지만 이마저도 충분치 않습니다. 현재 전국 주유소는 1만2125개(2월 기준)에 달합니다.

체험 후 궁금한 점, 이상한 점 등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전기차 관련 공무원과 업계 전문가에게 전화를 걸어 일일이 묻고, 답을 들었습니다.

# 질의응답 대상 4명
1. 환경부 교통환경과 이주현 사무관 (전기자동차 관련 정책업무)
2. 한국자동차환경협회 그린카 사업국 이환묵 사원 (급속충전기 관리)
3. 한국환경공단 자동차 환경정책팀 담당자 (급속충전기 설치)
4. BMW코리아 관계자 (전기차 구입 및 완속충전기 설치,관리)

▶ 완속충전기 설치 방법 및 비용은.
"환경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수령하는 모든 운전자에게 가정용 충전기 설치비 최대 400만원의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충전기 1기와 기본 설치 비용을 포함합니다. 단, 설치환경의 특수성에 따라 추가 설비(볼라드, 차량 스토퍼 등) 추가 비용부담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력 공급 분전반으로부터 충전기 설치위치까지의 거리가 상당히 멀 경우에도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전기차 구매 때 필요한 서류는 뭔가.
"전기차 보조금 지원 내역은 각 지자체마다 다릅니다. 각 시청 홈페이지 공고문을 토대로 고객이 직접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다만 입주자 대표 위원회 등의 동의를 받아야 할 경우, 충전기 설치 목적과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을 위해 충전기 설치 업체에서 전문 인력을 파견합니다. 함께 주민을 설득하기 위해서입니다."

▶ 급속충전과 완속충전 가격이 다른 이유.
"급속충전기 표준요금은 평균 313.1원/kWh, 완속충전기 표준금액은 100원 /kWh입니다. 완속충전기와 다르게 급속충전기는 높은 전력을 사용해서 기본료 및 사용요금이 높습니다."

▶급속충전 때 통신오류가 잦던데.
"충전기 설치·관리 초기 단계여서 오류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추가결제 방식 등을 검토 중입니다. 불편 사항은 개선책을 마련하겠습니다. 현재 한국자동차환경협회는 오류 건에 대해 매일 충전 이력과 결제 내역을 비교합니다. 취소 결제 누락 등 충전 이력과 맞지 않는 결제분은 해당 카드사에 취소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급속충전기 결제카드는 왜 3개 뿐인지.
"보안 및 후불교통카드 기능을 갖춘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로 한정했습니다. 다만 여러 카드사에 계약 요청을 했지만 BC, KB국민, 신한 3개 카드사만 참여했습니다. 카드사는 추가할 예정입니다.

▶ 4000만원 대인 테슬라를 국내 보조금으로 2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나.
"2018년 테슬라 모델3는 현재 국내 전기차 보급대상 차종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협의 중입니다. 향후 발표할 예정입니다."

▶ 비오는날 충전기 사용이 가능한가.
"전기자동차용 충전기는 국가안전기준 심사를 통화한 제품이므로 비오는 날에도 감전없이 충전이 가능합니다."

▶ 급속충전기 이용시 충전카드를 소지해야 하나.
"현재 환경부에서는 국내 보급 성능 평가시험을 완료한 전기자동차에 대해 충전카드를 발급하고 있습니다. 환경부에서 운영중인 급속충전기 사용을 위해서는 회원카드를 반드시 소지해야 합니다."

▶ 국내 보급 대상 전기자동차 및 충전 방식
"보급차종은 현재 7종입니다. 레이, 쏘울, 리프, SM3, 스파크, i3, 아이오닉(오는 6월 출시 예정)입니다."
▶ 급속충전기 위치는 어떻게 확인하나.
"PC웹이나 스마트폰에서 '충전인프라 정보시스템'을 접속하면 알 수 있습니다."

▶ 급속 충전기 모두 24시간 운영되나.
"공단에서 운영하는 급속 충전기는 24시간 이용이 가능하지만 일부 대형할인점의 경우 영업시간만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 급속충전 시 100% 충전이 안되는 이유.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급속충전의 경우 배터리성능의 보존을 위해 80~84%정도 충전되었을경우 차량에서 충전종료 신호를 보내 충전이 종료된다는점 알려드립니다."
배터리 충전은 전기차의 영원한 숙제일 겁니다. 자동차 업계는 지금도 전기차로 서울에서 세종, 춘천, 당진까지 왕복하는 장거리 운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환경부도 올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전기차 운행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죠. 전기차에 대한 정책적 관심 유도와 판로 확대도 좋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충전 인프라 수준이라면 전기차 구매자만 운행 불안감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는게 저희 결론입니다. 뉴스래빗은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는지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내일도 뉴스래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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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김민성 기자 / 연구=김현진, 이재근, 신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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