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장 속 착한 바이러스가 크론병 막는다

권미나 울산의대 교수 등 공동연구팀, 학술지에 게재
권미나 울산대 교수
사람의 장속에 살고 있는 착한 바이러스가 복통 설사 등을 일으키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권미나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배진우 경희대 교수, 천재희 연세대 교수와 함께 구성한 공동연구팀이 장내 공생 바이러스가 면역 물질을 많이 나오게 해 염증성 장질환을 막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결과는 면역학 분야 국제학술지에 실렸다.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구분되는 염증성 장질환은 장 점막에 궤양이 생기고 출혈, 복통, 설사를 일으키는 만성 난치성 질환이다. 발생 원인 및 진행 경과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장속 좋은 세균이 염증성 장질환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는 많이 나왔다.

배진우 경희대 교수
연구팀은 염증성 장질환에 걸린 생쥐와 크론병 환자군의 유전체 데이터를 이용해 장내 바이러스 군집이 바뀌면 염증성 장질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면역세포 내 신호전달체계인 ‘톨유사수용체3/7’ 기능이 망가지면 염증성 장질환이 악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좋은 바이러스가 ‘톨유사수용체3/7’을 활성화하며 이후 면역물질인 ‘인터페론 베타’ 분비를 촉진해 장 면역력을 유지하고 염증성 장질환을 억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실제 항바이러스제로 생쥐의 장내 공생 바이러스 양을 줄였더니 염증성 장질환이 더욱 악화됐다. 항바이러스제 때문에 장속 바이러스의 양이나 종류가 바뀌면 장 건강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바이러스 질환을 막기 위해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하면 염증성 장질환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크론병 환자의 대장 조직 유전체 데이터도 분석했다. 그 결과 크론병 환자는 ‘톨유사수용체3/7’과 연결된 유전자가 정상인과 다르다는 것도 알아냈다.

권 교수는 “우리 몸에 해롭다고 알려진 병원성 바이러스와 다르게 공생 미생물인 장내 바이러스는 장내 면역 시스템의 방어 기능을 활성화한다”며 “이를 통해 염증성 장질환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그는 “이번 연구는 세계에서 처음 보고된 내용”이라며 “이를 활용해 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진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항바이러스제 남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준 의미 있는 성과라는 것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