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까칠남 홍길동 연기…악당 잡을 땐 사이코패스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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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4일 개봉 '탐정 홍길동' 주인공 이제훈이제훈(32·사진)은 ‘대세 배우’다. ‘건축학개론’(2012년)에서 첫사랑의 감정을 버거워하는 ‘소심남’으로 떠오른 그는 올 들어 화제의 드라마 ‘시그널’에서 미해결 사건을 추적하는 프로파일러 박해영 역으로 날아올랐다.
어머니 살해한 원수 찾아나선 홍길동이 악당과 벌이는 판타지
할리우드 흑백 범죄영화 스타일
이제훈은 다음달 4일 개봉하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에서 주인공으로 또 한번 비상할 태세다. 어머니를 죽인 원수를 찾아 나선 홍길동이 온 나라를 삼키려는 거대 조직 광은회와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물이다. ‘늑대소년’으로 히트한 조성희 감독이 할리우드 흑백 범죄영화를 연상시키는 캐릭터와 화면 속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27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이제훈을 만났다.“관객이 오랫동안 기다린, 독창적인 영화예요. 따스한 봄날 가족이 함께 보기에도 좋습니다. 어둡고 무겁게 보일 가능성이 있지만 아이들로 인해 생기가 넘치는 이야기니까요. 악당 같던 홍길동도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트라우마(상처)를 극복해나갑니다.”
그는 2년 전 말년 휴가 때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다고 했다. 대부분의 배경이 컴퓨터그래픽(CG)으로 처리돼 실내 세트 촬영이 많았다. 완성작은 미국에서 금주령이 내려진 1920~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누아르 필름을 연상시킨다. 홍길동은 트렌치코트에 중절모를 쓰고 악당을 가차 없이 처단하는 냉혈한으로 등장한다.
“할리우드 고전에서 영향을 받은 한국형 히어로(영웅)입니다. 홍길동은 ‘모두가 알지만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죠. 여기서는 까칠하고 나쁜 남자예요. 잔혹하게 총을 쏘고, 악랄하게 악당을 괴롭히는 게 사이코패스 같죠. 사악한 인물이 더 나쁜 악당을 잡는다는 설정은 합리적이라고 봤습니다.”
그는 만화 같은 홍길동 캐릭터를 관객이 실제처럼 느끼도록 연기해야 했다. 처음에는 장면별로 여러 버전의 연기를 준비했지만 나중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감독이 구상한 판타지 세상과 캐릭터들의 동선에 따라 연기하다 보니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홍길동 캐릭터를 창조해 냈다는 것이다. ‘시그널’에 대한 팬들의 식지 않은 감흥도 전해줬다.
“야외촬영 현장에 가니까 ‘이제훈이다’가 아니라 ‘박해영이다’고 하더군요. 어린이들까지 저를 반겨줬어요. 나쁜 사람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소수의 사람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 게 흥행 비결인 것 같습니다. 드라마 역사에서 기억될 만한 작품에 출연했으니 영광입니다.”‘건축학개론’ ‘시그널’에 이어 ‘탐정 홍길동’까지 극중 이제훈은 진실을 찾아내지만 사랑을 찾지는 못한다. “돌이켜보니 온전히 사랑 이야기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네요. 멜로물인 ‘건축학개론’에서조차 순수한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 청년 역이었으니까요. 통통 튀는 로맨틱 코미디나 가슴 시린 멜로를 해보고 싶습니다.”
그는 최근 KBS 2TV ‘연예가 중계’에 출연해 6년째 ‘솔로’라고 밝혔다. 뒤늦게 연기를 시작한 까닭에 연애는 뒷전이고 연기에 매달렸다는 것. “좋은 인연을 만나 사랑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연애를 할 겁니다. 개인적 관심사를 나눌 수 있는 여자면 좋겠어요. 영화를 보고 음악을 함께 들으면서 소통할 수 있는 여자 말이죠.”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