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감춘 고도비만 수술…의료계는 지금 '신해철 쇼크'

현장에서

환자들 비만수술 꺼려
위밴드 수입량 90% 급감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

이지현 중소기업부 기자 bluesky@hankyung.com

최근 국제비만대사수술연맹(IFSO)은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에 한 통의 공문을 보냈다. “한국과 같은 (높은) 경제 수준의 나라에서 고도비만 수술이라는 치료 카테고리가 단번에 사라진 것이 사실이냐”며 “상황을 자세히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2014년 10월 고도비만 수술을 받은 가수 신해철 씨가 사망한 뒤 국내 병원마다 고도비만 수술 환자가 자취를 감췄다. 고도비만은 체질량지수(BMI: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30 이상인 질환이다.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3년 99만4104달러(약 11억3700만원) 규모이던 위내식욕억제용밴드 수입액은 2014년 73만2185달러(약 8억3700만원), 지난해 14만6946달러(약 1억6800만원)로 급감했다. 위내식욕억제용밴드는 대표적 고도비만 수술인 위밴드 수술 재료다. 위밴드 수술은 위를 밴드로 조여 줄인 뒤 식사량을 조절하는 수술이다. 수술 재료인 위밴드는 미국과 유럽 제품을 수입해 사용한다. 2년 만에 수술 규모가 6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실제 수술은 이보다 더 줄었을 것으로 판단한다. 미국 호주 등 해외에서 한국을 찾던 고도비만 환자도 대부분 사라졌다. 한 병원 관계자는 “작년부터 국제학회에 가면 한국 의사들은 유명 가수 사태로 인한 상황만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도비만은 방치하면 수면무호흡증이나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높다. 지난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고도비만에 수술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고도비만 수술은 합병증 위험도 크지 않은 수술이다. 복강경이 도입된 2003년 이후 고도비만 수술 사망위험은 0.08%에 불과하다. 체중 감소 효과는 크다.

김성민 가천대 길병원 외과 교수는 “고도비만 환자가 수술을 받으면 사망위험이 5년간 89%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된다”며 “고도비만자에게 수술은 거의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지현 중소기업부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