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I 미리보기] 이병훈 PD의 모험…'옥중화',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종합)

'대장금' 연출 이병훈 PD 신작 '옥중화'
"자기복제 비판, 시청자 판단에 맡길 것"
'옥중화' /사진=변성현 기자
사극 거장 이병훈 PD가 '명불허전'(名不虛傳)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

27일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에서 창사 55주년 특별기획 ‘옥중화’(연출 이병훈·극본 최완규·제작 ㈜김종학프로덕션)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날 권재홍 MBC 부사장은 "창사 55주년을 기념한 야심작이다. 전사적으로 모든 역량을 총 투입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훌륭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올초 SBS가 유아인, 김명민, 신세경 주연의 '육룡이 나르샤'를 화려하게 성공시키며 '사극' 장르에 대한 대중의 선입견을 깼다. 재미를 본 SBS는 후속작으로 장근석 주연의 '대박'을 선보이고 있는 상황. KBS 또한 송일국 주연의 '장영실'에 이어 박서준 주연의 '화랑 : 더 비기닝'을 하반기 방영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에 MBC가 '대장금', '허준', '동이', '마의' 등을 연출한 이병훈 카드를 내놓으며 방송사 사극 경쟁에 불을 지필 예정이다.
'옥중화' 이병훈 PD /사진=변성현 기자
이병훈 PD는 '옥중화'에서 '허준' 이후로 16년 만에 최완규 작가와 손을 잡게 됐다. 두 거장의 만남은 최고의 관록에 신선함을 입히고 제작비 30억원을 투자, 역대급 대하사극의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

'옥중화'는 조선의 가장 어두운 곳인 감옥에서 태어났지만 특유의 명랑함과 영특함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옥녀(진세연)와 조선 상단을 좌지우지하는 인물 윤태원(고수)이 감옥인 '전옥서'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어드벤쳐 사극이다. 대한민국 사극 거장도 첫 방을 앞두고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병훈 PD는 "드라마를 많이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떨린다. '어떤 때는 편한 직업도 많은데, 정신, 육체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이 직업을 왜 택하게 됐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고 시청자들이 좋은 평가를 해 줄 때 힘이 솟아나 새로운 기획을 하게 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대한민국에서 천 편이 넘는 드라마를 만든 사람인데도 첫 방송 전이라 잠을 못이뤘다. 항상 새로운 소재를 갖고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바라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대장금', 허준'과 비슷하고 새롭지 못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어쨌든 새로운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 혹중화를 준비했다. 너무 두렵고 걱정되고 빨리 방송이 됐으면 한다. 시청률이 바닥을 나오든, 평가를 얼른 받는게 속이 편할 것 같다."

이병훈 PD의 말마따나 그의 사극에는 항상 새로운 '무엇'인가가 있었다. '대장금'에서는 임금의 음식을 만드는 수라간이, '허준'에서는 조선의 의술, '마의'에서는 수의사였다. 신작 '옥중화'는 조선 왕조의 천태만상이 담긴 전옥서와 500여년 전 존재한 인권제도인 '외지부'다.이 PD는 새로운 것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강박관념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근래 15년간 다양한 직업들을 다뤘다. 새로운 것을 찾다 보니 '감옥'이 됐다. 그곳에서도 '희노애락'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하게 됐다"라고 기획 이유를 밝혔다.

조선에서 가장 낮고 어두운 곳인 전옥서지만 '웃음'은 잃지 않겠다는 포부다. 그는 "MBC에서 '대장금', '동이'에 이어 여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래서 감옥과 같은 어두운 곳에서도 밝고 명랑하게 살아가는 여인의 이야기를 만들게 됐다. '외지부'라는 인권제도도 함께 소개할 수 있는 기회니까 말이다"라고 말했다.
'옥중화' 고수 진세연 /사진=변성현 기자
그의 전작인 '대장금'은 역사적인 한류 시대를 연 주역이다. 이영애 또한 여러나라에서 국빈대접을 받을만큼 유명인사가 됐다. 한효주는 '동이'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바 있다. 이 PD는 "감옥에서 태어난 여자가 똑똑하고 명랑하지 않으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천재성까지 띠도록 캐릭터를 구상했다. 여성의 성공은 더 극적이고 재밌을 테니까 말이다"라고 주인공 옥녀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옥녀 역을 맡게 된 진세연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진세연은 그동안 어두운 이야기에 자주 출연을 했더라. 미팅 자리에서 진세연은 굉장히 적극적인 자세로 '내가 옥녀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를 설파하더라. 결국 작가와 설득 당하고 말았다. 주인공을 캐스팅할 때 착한 인상의 선한 배우를 선호하는데 여러가지 조건이 맞았다."

이병훈 PD는 또 진세연, 고수 두 배우에게 특별한 부탁을 했다. 촬영 현장에서 항상 웃음꽃을 피워 달라는 주문이다.

그는 "남녀주인공이 성실하고 긍정적이었으면 한다. 배우가 히스테릭하고 신경질을 많이 내면 전체 분위기가 힘들어진다. 제작현장에서 늘 웃고 다녀야 한다는 말을 한다. '대장금'의 이영애도, '동이'의 한효주도 이 부탁을 100% 들어줬다"라고 전했다.

'옥중화'에는 그동안 이병훈 PD의 페르소나로 꼽혔던 전광렬, 박주미와 함께 국내 정상급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김미숙, 정준호는 작품에 무게감을 정은표, 이희도, 이봉원, 쇼리 등은 톡톡 튀는 웃음을 도맡을 예정이다.

'거장'이라고는 하지만 이병훈 PD의 작품이 백전백승이지는 않았다. '이산' 전까지는 퍼펙트한 승률이었으나 '동이', '마의' 등은 그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

이병훈 PD는 서슬퍼런 시청자들의 눈이 무섭다. "늘 시작할 때 '이건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청자들은 '허준' 짝퉁, '대장금' 짝퉁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전작과도 비슷하다면서. 많이 반성했다. 새로운 내용, 기법으로 노력해도 시청자가 새롭지 않다고 하면 그런 거다. 그런 딜레마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더 두렵다."

이 PD는 '옥중화'를 통해 '성공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했다. 방송 환경은 더 어려워졌고 시청률 30%를 넘기기는 예전보다 힘들어졌다. 그렇지만 그의 신념은 변하지 않았다. 첫 째, 재미있는 드라마, 둘 째, 교훈적인 내용이 그것이다. 그는 "'재미'를 충족하기는 정말 힘들다. 아마 영원히 풀 수 없는 과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부담감에 대해 털어놨다.

"그동안 실존 인물을 많이 다뤄왔다. 우리 역사에 저런 사실이 잇는 것을 대중이 알고 있고, 그 리얼리티가 강렬하게 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단점은 드라마의 경과와 결말을 시청자들에게 다 들켜버린다. 그래서 최완규 작가와 약속을 했다. 시청자가 눈치챌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소재(전옥서)로 하자고 말이다. 그리고 외지부라는 조직을 토대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것이다. '톰 소여의 모험'을 이끌어가듯 예측할 수 없는 재미를 주겠다."
'옥중화'
주인공 옥녀, 윤태원 외 나머지 인물은 모두 실존 인물이다. 이것 또한 이 PD와 최 작가의 계산이다. 그는 "드라마를 통해 재밌게 역사를 풀어나가면 간접적인 교육이 될 것 같다. 청소년들은 역사드라마를 보면 이를 사실로 혼동하고 실제로 믿어버린다. 그러나 '드라마성'과 역사적 사실이 대치될 때가 많다. 마음속으로는 고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곡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비판을 하시면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라고 말했다. 1999년 ‘허준’과 2001년 ‘상도’의 흥행을 만들어 낸 ‘히트 제조기’ 이병훈 PD와 최완규 작가가 16년 만에 의기투합한 작품 '옥중화'는 '결혼계약' 후속으로 오는 30일 밤 10시에 첫 방송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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