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떠나려는 상장사…반발하는 소액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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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라스BX, 상장폐지 위해 공개매수 또 나설 듯한국타이어그룹의 자동차 배터리업체 아트라스BX가 상장폐지를 위한 2차 공개매수에 나설지 관심이다. 지난달 추진한 공개매수가 실패한 뒤 한 달간의 ‘냉각 기간’이 지난 28일 끝났기 때문이다. 2차 공개매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적정 공개매수 가격을 둘러싼 소액 투자자와 대주주 간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소액주주 "매수가 2배 높여라"
지난달 공개매수 했지만 자진 상폐 요건 95%에 미달
냉각기간 지나 재추진 가능
소액주주들 "제 값 받아야"…회사측 "공개매수가 안 올릴 것"
![](https://img.hankyung.com/photo/201604/AA.11617173.1.jpg)
아트라스BX는 지난달 7일부터 28일까지 일반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에 대해 공개매수를 진행해 56.55%를 자사주로 사들였다. 최대주주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지분(31.13%)을 포함해 87.68%를 확보했지만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요건인 95%를 달성하는 데는 실패했다.
투자자들은 회사 측이 남은 7%가량의 지분을 더 확보하기 위해 2차 공개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 발행 및 공시 관련 규정에 따라 자사주 취득을 완료한 이후 1개월이 지나면 자사주 매입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소액주주들은 공개매수 가격 인상 없이는 2차 공개매수에도 응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1차 공개매수를 통해 회사가 자사주 56.55%를 사들인 결과 남은 유통주식(43.45%)의 주당 영업이익이 2.27배 증가한 만큼 공개매수 가격도 2배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소액주주는 “2차 공개매수 가격이 1차 때와 같다면 대주주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헐값에 ‘알짜회사’인 아트라스BX 지분 100%를 갖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아트라스BX 관계자는 이에 대해 “2차 공개매수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서도 “2차 공개매수를 한다면 매수가는 1차 때와 같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달 새 기업 가치가 변한 게 아니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주주 환원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한 경우라면 주당 가치가 올라간 것으로 보는 게 맞지만 상장폐지를 목적으로 회사 내부 현금을 사용한 만큼 남은 유통주식 가치에 변화가 없다는 논리다.
○끊이지 않는 공개매수 가격 논란상장사가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서면 매수가격을 놓고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대립하는 경우가 많다. 도레이케미칼은 지난해 두 차례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기관투자가는 지분을 털고 나갔지만 7.31%의 지분을 가진 소액 투자자는 공개매수 가격이 낮다며 반발했다. 2012년 한라공조(현 한온시스템)가 추진한 공개매수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소액주주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개매수 가격을 올린 사례도 있다. 2003년 말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가 옥션을 인수하면서 코스닥 상장폐지를 위해 주당 7만원에 공개매수에 나섰다가 외국인 주주의 반발로 실패하자 8개월 만에 매수가를 12만5000원으로 올려 2차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투자자가 판단한 주식가치보다 공개매수 가격이 낮다면 반발하는 게 당연하다”며 “다만 자진 상장폐지 실패로 적은 물량만 주식시장에 남으면 주가 급등락 등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