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인 대기업 대출…가계대출은 4조9000억 급증

3월에 1조5000억 줄어
은행들, 부실기업 선제 대응
국내 은행이 대기업 대출을 줄이고 가계 대출을 대폭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본격화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부실 우려가 큰 기업 대출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은행권의 기업 대출은 1조7000억원 늘어 총 767조3000억원에 달했다. 은행권 기업 대출은 지난 1월 7조2000억원 증가했으나 2월(2조6000억원)과 3월엔 증가 폭이 급격히 줄었다.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대출이 크게 줄었다. 3월 대기업 대출은 전달 대비 1조5000억원 감소했다. 대기업 대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지난해 12월(7조원 감소) 이후 4개월 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상 매분기엔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일부 상환한다”며 “이에 더해 최근 구조조정 여파로 은행이 대기업 여신을 줄인 영향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꾸준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올 1월 4조원, 2월 2조4000억원에 이어 3월 3조2000억원 늘었다.

은행권 기업 대출이 주춤한 것과 달리 가계 대출은 급증했다. 3월 가계 대출(유동화잔액 포함 기준)은 전달 대비 4조9000억원 늘었다. 지난 1월(9000억원)과 2월(1조2000억원)에 비해 증가 폭이 컸다. 2월 정부의 주택대출 심사 강화 방안이 시행돼 일시적으로 줄었던 주택담보대출이 다시 늘었다.1월 2조7000억원 증가한 주택담보대출은 2월 2조6000억원으로 증가세가 주춤했으나 3월엔 4조3000억원이나 늘었다. 금감원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택 거래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주택대출 증가 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연체율은 기업 대출과 가계 대출 모두 하락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