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뉴노멀 시대, 기회 불현듯 찾아와 … 中企, 전광석화 실행력으로 승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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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시대 한국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전략한국국제경영관리학회(회장 민상훈 강남대 경영대학원장)는 지난달 30일 고려대 경영대학 LG-POSCO관에서 ‘뉴노멀 시대 한국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전략’을 주제로 춘계 정책세미나 및 학술대회를 열었다. 민상훈 회장은 “최근의 수출 부진에서 벗어나려면 중소기업의 수출이 활성화돼야 하며 이는 효율적인 글로벌 전략과 연결된다”며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인만큼 이의 성공을 위해 각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글로벌 최고경영자 대상’을 받은 안상욱 바텍 대표는 ‘중소기업의 글로벌 경영’, 이장우 경북대 교수(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는 ‘한국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 혁신 패러다임’, 윤효춘 KOTRA 중소기업지원본부장은 ‘한국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 전략 현황과 과제’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경기 화성에 있는 치과용 영상진단장치업체 바텍은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히든 챔피언’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2173억원에 달해 그전 해보다 11.6% 늘었다. 세계 경기침체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주력 제품은 치과용 영상진단장치다.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국내 1위 업체이며 세계에선 3위권이다. 최근 10여년 새 현지법인 14개와 대리점 93개를 해외에 구축했다. 매출 비중은 한국 26%, 유럽 25%, 북미 22%, 아시아 19% 등이다.
한국국제경영관리학회 춘계 정책세미나
바텍의 수출 확대는 제품력과 글로벌 전략이라는 두 개의 축 덕분이다. 안 대표는 “의료 장비의 디지털화 속에서 틈새시장을 개척해 빠르게 진입했으며 특히 2차원(2D)과 3차원(3D) 이미지를 한 번에 획득하는 혁신적인 제품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 성능 대비 원가와 가격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을 뿐 아니라 X선 투과량도 줄인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1992년 바텍시스템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2002년 의료용 X레이 기기 제조로 사업을 전환했다. 그 뒤 끊임없이 신제품을 출시했다. 2003년 국내 최초로 디지털 파노라마장비를 개발했고 2005년에는 세 가지 장비를 하나로 묶은 장비(3 in 1 디지털X레이시스템)를 선보였다. 2013년에는 저선량 CT, 2014년에는 2D와 3D 이미지를 동시에 획득할 수 있는 CT도 내놨다. 바텍의 경쟁력은 이 같은 기술력에서 나온다. 당초 기술에 대한 특허등록이 미미했으나 이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지금은 약 500건의 지식재산권을 등록할 정도로 이 분야를 강화했다.하지만 유통망 구축은 쉽지 않았다. 외국의 치과용 영상진단장치 유통망은 이미 선발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이를 파고드는 게 쉽지 않았다. 브랜드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신네 회사 제품을 팔았다가 고장나면 어떻게 애프터서비스(AS)할 건데”라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할 수 없이 1인 지사를 세워 수요처를 방문해가며 제품을 하나씩 팔기 시작했다. 기술력과 제품력으로 이들을 설득했다.
경쟁사들이 다양한 덴탈 제품을 취급하는 것과 달리 바텍은 디지털 X레이에 집중해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었다. 제품과 부품의 수직계열화를 구축해 차별화했다. 신제품을 속속 출시하면서 지명도가 높아졌고 점차 유통망을 개설하기도 쉬워졌다. 안 대표는 “해외 판매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수없이 경험해 많은 수업료를 냈다”고 말했다.
바텍의 과제는 우수한 인력 확보다. 안 대표는 “직군별로 우수한 인재의 남방한계선이 존재한다”며 “우수한 소프트웨어 인력은 판교”라고 말했다. 바텍은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호텔급 직장 어린이집과 헬스케어센터를 지난 3월 완공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졸 신입사원의 초봉도 연 3500만~4000만원 선으로 책정하고 있다. 3500만원을 밑돌던 종전에 비해 높아졌다. 그는 “바텍은 올바른 기업문화, 인재 육성, 틈새시장과 차별화를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장우 경북대 교수는 “중국 기업의 굴기와 급속한 기술 융합이라는 두 가지 거시 환경 요인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중견·중소기업은 위기를 맞을 수도, 기회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이나 디바이드(China divide)’라는 용어처럼 중국 경제에 올라타느냐에 따라 기업 주가가 양극화되는 현상이 벌어진다며 중국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중국 경제의 구조가 △초고속 성장에서 중고속 성장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소비시장 △자본 수입국에서 자본 수출국으로 변함에 따라 한국 기업에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위기는 대(對)중국 중간재 자본재 수출의 감소, 제조업 기반 축소 등을 꼽을 수 있고 기회는 소비재 서비스 수출 증가, 대규모 투자 유입을 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위해선 ‘창발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창발(emergency)’은 새로운 기회와 위협은 계획할 수 없이 불현듯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뜻의 물리학 용어”라며 “이를 경제·경영학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서 기술융합으로 인해 시장 기회가 나타나는 상태를 묘사한다”고 설명했다.그는 창발혁신의 4단계로 ‘충전(뜻과 의지, 비전)-반복-기회포착-성취’를 들었다. 이 교수는 “기회를 먼저 알아보는 인지력은 창발 혁신에 매우 중요하지만 이렇게 인지한 기회도 시장에서 재빨리 구현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기회의 창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닫히기 때문이다.
독일 바스프는 세계 최초로 화학비료공장을 설립한 이래 150년 동안 세계 1위 종합화학회사 위치를 지키고 있다. 비결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한 데 있다. 오디오 및 비디오 테이프도 만들었지만 지금은 이를 생산하지 않는다. 신소재를 개발하면서 여전히 세계 1등을 유지하고 있다. 비결은 전광석화 같은 실용화다. 끈기가 또 다른 비결이다. 그 뒤 다시 1단계인 ‘충전’으로 돌아가 뜻을 확장하고 비전을 성숙시킴으로써 선순환을 일으켜야 한다. 이것이 선발주자의 장수 비결이다.
윤효춘 KOTRA 중소기업지원본부장은 “자유무역협정(FTA)과 지역협정 등의 영향으로 시장이 넓어진 만큼 글로벌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며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진출 단계는 단순 수출에서 해외 지사나 판매법인 설립, 해외 공장 건설, 합작법인이나 외국 기업 인수합병의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아직 국내 중견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글로벌 1위 기업에 비해 8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했다.KOTRA가 월드챔프 참가기업 11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월드챔프기업의 글로벌 역량은 인력의 경우 79.6%, 기술 수준은 86.5%, 특허는 79.2%, 마케팅은 76.6%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서 기술 차별화와 연구개발 전략은 기본”이라며 “글로벌 전략을 수립할 때 개별 기업 혼자서 하지 말고 동반자와 협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