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안 파고든 트럼프, 힐러리 표까지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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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대결서 지지율 첫 역전…트럼프 41% > 힐러리39%지난해 6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지 보름 만에 당내 지지율 1위로 뛰어오르자 민주당의 베테랑 선거전략가 폴 밸거러는 “트럼프가 대선판에 들어온 것은 신(神)이 유머를 가지고 민주당 편에 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늘리겠다"는 공약 인기…실업률 높은 지역서 지지율 탄탄
정치권 향한 직설화법으로 민주당 지지자들까지 열광
그로 부터 한달 반 뒤 워싱턴포스트(WP)의 데이비드 웨이글 기자는 미시간주 플린트시 트럼프 유세장을 취재한 후 “트럼프가 민주당 지지자들까지 유세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전했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백인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기대하며 트럼프의 유세장에 몰렸다는 분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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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아웃사이더의 반란’ 정도로 평가받던 트럼프 돌풍은 이제 ‘회오리’로 변해 당 경선은 물론 대선 본선까지 휩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은 지난 4월 말 성인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한 결과 트럼프가 민주당 경선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의 본선 양자 가상대결에서 41%의 지지율로 39%를 얻은 클린턴 전 장관을 눌렀다고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두 사람의 ‘본선 맞대결’ 구도가 가시화한 뒤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클린턴 전 장관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트럼프의 최근 상승세는 무섭다. 2월 아이오와주를 시작으로 총 40개주에서 시행된 경선 중 27곳에서 승리했다. 최근엔 뉴욕과 메릴랜드 등 6개주 경선을 모두 휩쓸었다. CNN방송 등 미 언론은 “트럼프가 3일 있을 인디애나주 경선에서 승리하면 당 대선후보 지명이 확정되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보도했다.
그가 본선에서 클린턴 전 장관과 맞붙을 때 주목되는 부분이 ‘확장성’이다. 트럼프는 당내 지지율이 73%로, 민주당 내에서 77%의 지지율을 얻은 클린턴에게 밀린다. 그러나 그는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에게도 15%의 지지를 얻어 공화당 쪽에서 7%의 지지를 얻은 데 그친 클린턴 전 장관을 압도했다.
○일자리 창출 공약 ‘강점’트럼프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성공한 기업인’이라는 이미지가 큰 장점이다. 경제전문방송 CNBC는 트럼프가 최근 승리한 메릴랜드 등 5개주 107개 카운티의 득표율을 분석한 결과 실업률이 전국 평균 5%를 넘는 74개 카운티에서 특히 성적이 좋았다고 보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 미국 언론은 복잡한 상황을 가장 쉬운 단어로 압축 전달하는 메시지 전달능력과 ‘되는 일도, 안 되는 일도 없는’ 워싱턴 기존 정치권의 개혁을 부르짖는 트럼프 공약이 공화당은 물론 일부 민주당 당원에게 호소력있게 들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 등은 트럼프가 막말과 차별정책으로 비(非)호감도가 60% 이상 나오고, 여성과 흑인 유권자층의 비호감도가 클린턴 전 장관의 두 배에 달하는 점 등은 본선 경쟁력에 치명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