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이 운동화 신고…취업률 88% '경동대 매직' 이뤘다

'취업사관학교' 경동대 전성용 총장

미국 중소형 대학 벤치마킹
의료·보건학과 위주 통폐합…국내 유일 해양심층수학과도
1·2학년 전원 기숙사 생활…인사·감사·봉사 인성교육 힘써
등록금의 절반 장학금으로 매년 100여명 해외연수도
전성용 경동대 총장이 양주 캠퍼스에서 경동대의 혁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전성용 경동대 총장(45)은 늘 검은색 운동화를 신는다.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에 어색할 법도 하지만 ‘총장이 발품을 팔아야 학생들 취업문이 넓어진다’는 생각에서 운동화를 고집한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작년 여름 꽉 막힌 서울 한남대로를 지나다 ‘순천향대병원’ 간판이 눈에 띄자 차를 세우고 무작정 찾아갔다. 병원의 말단 서무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설명한 뒤 중간 간부들을 차례로 거쳐 원장까지 만나는 데 2시간 넘게 걸렸다. 전 총장은 원장을 비롯한 병원 관계자를 설득해 148명의 예비 간호사(간호학과 학생)들을 위한 실습처를 마련했다.

국내 최동북쪽(강원 고성) 대학, 학생 7203명(지난달 말 기준)이 다니는 경동대의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특성화에 주력해 지방 사립대의 활로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교생의 절반가량이 의료·보건계열에 재학 중으로 규모 면에선 국내 ‘빅3’에 꼽힌다. 해양심층수학과 등 경동대에서만 찾을 수 있는 학과도 여러 개다.학과 특성화로 취업률 높여

경동대의 설립자는 전 총장의 부친인 전재욱 박사다. 1981년 사재를 털어 속초에 문을 연 동우대(전문대)가 모태다. 독립운동가이자 평양의숙에 다닌 전 총장의 조부가 남긴 ‘나라가 어려울 때를 대비해 인재양성에 매진하라’는 유훈을 실천에 옮겼다. 1997년 4년제 종합대학 인가를 받아 6개 학과와 학생 400명으로 경동대를 개교했다. 전 총장이 가업을 이어받은 때는 2011년이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교육학 박사과정을 밟은 전 총장이 경동대를 맡을 무렵 국내 대학가는 설상가상의 상황에 처해 있었다. 학생 수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반값 등록금’ 정책 때문에 등록금은 동결됐다. 기업으로 치면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급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무엇보다 생존이 급했다.전 총장은 불필요한 비용을 억제하기 위해 외형부터 가다듬었다. 2012년 동우대와 경동대를 합쳐 통합 경동대를 출범했다. 학과도 철저히 취업 위주로 통폐합해 특성화에 집중했다. 본교인 고성 설악캠퍼스는 인문학부를 없애고 호텔경영, 한국어교원, 응급구조, 레저&리조트, 해양심층수학과 등 25개 실용 학과로 개편했다. 원주문막캠퍼스는 간호, 치위생학과 두 개과로, 경기 양주캠퍼스는 유아교육, 스포츠마케팅 등 5개 학과로 재정비했다.

총장 스스로도 구두를 버렸다. 자신의 승용차 안엔 늘 여분의 운동화와 양말을 구비했다. 총장이 직접 연세대병원 순천향대병원 등에 찾아가 학생들의 실습 계약을 맺었다. 순천향대병원에 처음 찾아갔을 땐 병원 직원들로부터 ‘진짜 총장이 맞느냐’는 의심을 여러 차례 받기도 했다. 전 총장은 “명함엔 분명 대학 총장이라고 쓰여 있는데 40대 영업사원처럼 보였으니 의심할 만도 했을 것”이라고 떠올렸다.

발로 뛴 노력의 결실은 지표로 나타났다. 경동대 간호학과와 물리치료학과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국가고시 100% 합격을 달성했다. 지난해 취업률은 88.7%(지난해 2차 유지취업률 기준)로 전국 상위권이다. 경동대가 ‘취업사관학교’로 불리는 배경이다.휴대폰에 학생 번호만 1000개

2001년 경동대 교수로 임용된 그는 방학이면 미국 각 주의 중소형 사립대를 찾아다녔다. ‘벤치마킹’할 대상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루에 10시간 넘게 운전한 적도 숱했다. 100여곳을 둘러본 결과 전 총장은 이렇게 결론 내렸다. “경동대만이 갖는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의료·보건계열(11개과)에 특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전교생의 절반가량인 3700여명을 예비 의료·보건 전문가로 양성 중이다. 간호학과만 315명인 원주문막캠퍼스는 국내 대학 단일 캠퍼스로는 의료·보건분야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100억원가량을 투자한 실습장비는 서울 유명대학 수준이다.

요즘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해양심층수는 경동대의 연구 덕분에 상품화됐다. 국내엔 연구자조차 없던 시절인 2012년, 일본에서 교수들을 초빙해 해양심층수학과를 개설했다. 이때의 연구 성과를 기초로 관련 벤처기업이 생기고, 다시 이 기업을 대기업이 인수해 빙하시대의 물(해양심층수)을 생수로 상품화했다.

경동대는 철저한 인성교육으로 잘 알려져 있다. 1, 2학년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며 인사·감사·봉사를 근간으로 한 인성교육을 받는다. 담임 교수제를 운영해 입학부터 졸업 때까지 학생별 1 대 1 관리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교수 각자의 휴대폰에 학생들 전화번호 1000여개가 저장돼 있을 정도다.

겨울방학을 이용해 매년 1~3학년생 100여명씩을 호주 등지로 연수를 보내는 것도 경동대만의 특징이다. 이 프로그램은 2008년 신입생 900명 전원을 1주일간 싱가포르에 보낸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전 총장은 “경동대 같은 지방 사립대엔 가정형편이 어려워 입학한 학생이 꽤 많다”며 “적어도 경험을 못해 서울의 대학생과의 경쟁에서 뒤지는 일은 없게 하고 싶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경동대의 지난해 1인당 장학금은 354만원으로 등록금(786만원) 대비 장학금 지급률이 45%에 달한다. 전국 4년제 대학 208곳 중 27위다.

전 총장 스스로도 밑바닥 경험을 했다. 외환위기 무렵 미국에서 유학한 그는 학비를 빼곤 모든 생활비를 직접 벌었다. 자동차 세일즈, 관광 가이드에다 건설현장에서 봇짐도 졌다. 귀국한 뒤엔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전방 철책선 등에서 육군 장교로 복무했다.

쉼 없이 달려왔지만 전 총장은 요즘 들어 부쩍 “힘이 부친다”는 말을 자주 한다. 6년째 등록금이 동결되다보니 마른 수건도 한 번 더 짜지 않고선 학교 운영이 힘들어져서다. 전 총장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려면 그만큼 투자가 따라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 전성용 경동대 총장▷1971년 서울 출생 ▷미국 조지워싱턴대 휴먼서비스학과 학사 및 석사 ▷조지워싱턴대 고등교육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연세대 교육학 박사 ▷육군사관학교 영어과 교수 ▷경동대 교수, 기획실장, 부총장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