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북방의 장미' 태국 치앙마이, 때 묻지 않은 정글 속 트레킹 집라인 즐기다보면 어느새 나도 '타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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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E6
13세기 란나왕국 흔적 고스란히 남아
구시가지 안에 1000개 넘는 사원
카페·레스토랑 늘어선 님만 해민
한국인에 '치앙마이의 가로수길'로 불려
해발 1000m 왓 프라탓 사원…황금 대형불탑 눈부시게 화려
트레킹 도중 만나는 고산족 마을…전통방식으로 내린 커피향 가득


치앙마이는 태국 북부를 대표하는 도시다. 13세기 란나(Lanna) 왕국을 세운 맹라이 왕이 치앙마이를 수도로 삼으면서 도시의 역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태국어로 ‘란’은 ‘100만’을 뜻하고 ‘나’는 ‘논(沓)’을 이른다. 란나 왕국은 100만뙈기의 논을 가질 정도로 번성했지만 미얀마의 침공을 받아 속국이 됐다가 1932년에 태국의 영토로 흡수됐다.
란나왕국의 흔적은 구도심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본래 란나왕국의 수도는 인근 치앙라이였다. 미얀마의 침공에 시달리다가 이곳 치앙마이로 수도를 옮겼다. 치앙마이란 태국어로 ‘신도시’라는 뜻. 치앙마이의 구도심은 직사각형의 성채로 둘러싸여 있고, 성채 밖에다 수로를 만들어 해자(垓子)를 팠다. 성벽은 일부 복원된 곳을 제외하고는 다 무너졌지만 해자는 아직도 예전의 모습 그대로다.치앙마이의 구시가지 일대는 걸어서 둘러볼 수 있는 소담스런 풍경이다. 구시가지는 사각형의 성곽을 중심에 두고 ‘쁘라뚜’로 불리는 5개의 성문이 나 있다. 성문 밖으로는 일방통행길이 이어지는데 치앙마이를 다니다 보면 일방통행길을 한 번쯤은 거치게 된다.
치앙마이에서 도시다운 풍경을 보고 싶다면 님만 해민으로 가는 것이 좋다. 카페와 레스토랑이 줄지어 있는 님만 해민은 한국 여행자들에게 ‘치앙마이의 가로수길’로 통한다. 태국 북부 산악지대에서 재배하는 원두커피를 사용하며, 방콕까지 진출한 ‘와위 커피(Wawee Coffee)’ 본점도 이곳에 있다. 탁 트인 테라스에 앉아 느긋하게 오후를 즐기는 현지인과 여행자들의 표정이 여유롭다.
치앙마이 대표 사원 왓 체디루앙과 왓 프라탓
왓 체디루앙은 낮에 봐도 아름답지만 교교한 달빛 속에서 둘러보는 것이 더 운치 있다.
치앙마이의 상징인 왓 프라탓은 도이수텝산 중턱의 해발 1000m에 서 있어 태국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사원으로 꼽힌다.
영화 아바타의 풍경 같은 잉카트레일
치앙마이 여행의 백미는 트레킹이다. 치앙마이를 패키지 투어로 갔다면 기껏해야 정글 숲속을 잠깐 걷고 코끼리 타기와 계곡 래프팅을 즐기는 정도겠지만 진짜배기 트레킹은 최소 1박2일에서 1주일짜리까지 있다. 서양에서 온 여행자들은 긴 시간을 투자해서 본격적인 고산 트레킹을 즐긴다. 짧은 여행 일정 때문에 장기 트레킹을 할 수 없다면 둘레길이라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치앙마이에 온 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트레킹 코스는 도이(태국어로 ‘높다’는 뜻) 인타논산이다.
정상 아래쪽에는 태국 국왕과 왕비의 60회 생일을 기념해 1987년과 1992년에 세운 두 기의 탑이 있는 공원이 있다. 산정 가까이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탑은 태국 사람들에게는 국왕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겠지만, 외지인들에게는 일대의 경관을 바라보는 훌륭한 전망대다. 맑은 날이면 여기서 첩첩이 이어진 2000m급 봉우리들이 만들어낸 태국 북부지역의 고산 능선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공원 바로 아래 오솔길을 따라 숲으로 들어가니 원시림이 펼쳐진다. 나무 데크로 잘 조성된 길은 20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는 산책로 같은 트레킹 코스(잉카 트레일)다. 길을 따라가면 온통 진초록 이끼로 뒤덮인 거대한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고 가지마다 열대식물의 덩굴이 늘어져 있다. 마치 영화 ‘아바타’ 속의 환상적인 숲으로 빠져들어간 것만 같다.
향긋한 커피와 박진감 넘치는 집라인의 매력
둘레길의 끝에는 70m 높이에서 부챗살을 펼치듯 우람하게 쏟아지는 베치라탄 폭포와 만나게 된다. 폭포 앞에 서면 거친 물살이 만들어내는 물보라로 온몸이 다 젖을 정도다.
치앙마이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 중 하나가 바로 집라인(zip line)이다. 나무와 나무 사이 연결된 외줄 하나로 치앙마이 우거진 정글 숲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드래곤 플라이트 집라인은 26개의 집라인 코스를 갖추고 있다. 코스 길이는 총 1300m며 2~3시간 정도 걸린다.
집라인을 타는 것도 재미있지만 코스와 코스 사이로 이동할 때 느껴지는 바람의 살랑거림과 햇살이 일품이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여행메모
인천에서 치앙마이까지 직항으로 6시간 걸린다. 치앙마이는 건기에는 밤 기온이 선선해 태국의 다른 지역과 달리 긴소매 옷을 준비해야 한다. 치앙마이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12~2월 사이다. 치앙마이에는 미터기를 단 택시가 거의 없다. 시내 이동에는 오토바이를 개조한 툭툭이나 정해진 노선 없이 승객을 태우는 승합버스 격인 썽태우를 이용해야 한다. 목적지를 제시하고 흥정으로 요금을 결정해야 하므로 좀 불편하긴 하지만, 툭툭이와 달리 썽태우는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다. 하나투어(hanatour.com)는 ‘치앙마이 5일’ 상품을 내놓았다. 5성급 호텔에 묵으며 코끼리 트레킹과 온천, 안마 등이 포함돼 있다. 76만9000원부터. 1577-1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