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국이 보낸 축전 쿠바 뒤에 소개…'북·중 관계 균열'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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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7차 당 대회 - '최고 수위' 추대·지도부 개편은
김일성=위대한 수령, 김정일=탁월한 수령 호칭
중앙검사위원장 오른 최승호가 국가 재정 보고
김정은에 '귀엣말 보고' 조용원 부부장 급부상
결정서는 “김정은 동지가 대회에서 한 사업 총화 보고는 우리 당과 군대와 인민이 이룩한 불멸의 업적과 풍부한 경험을 전면적으로 총화한 역사적 문헌”이라며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우리 당의 최고 강령으로 내세우고 사회주의 위업의 완성과 조국의 자주적 통일 등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 과업과 방도를 밝힌 강령적 문헌”이라고 찬양했다. 5만4000자가 넘는 결정서에서는 ‘김일성-김정일주의’가 수차례 언급됐다.집권 기간이 길지 않아 독창적 사상 체계를 내세우지 못한 김정은이 선대의 지도 이념을 답습해 북한 주민들을 통치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결정서에서 핵 개발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북한은 “제국주의의 핵 위협과 전횡이 계속되는 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하는 전략적 노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자위적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자신들이 보유한 핵 무력을 포기하지 않고 ‘협상 카드’로 활용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날 함께 발표된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 총화 보고에서는 재정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됐다. 중앙검사위는 당 재정관리 사업을 감사하는 기관으로 당 집행 사항을 추인하는 역할을 맡는다. 노동신문은 중앙검사위 총화 보고 내용을 소개하면서 최승호 당 중앙검사위원장이 보고를 맡았다고 보도했다. 최승호가 중앙검사위원장이라는 사실은 이날 보도로 처음 확인됐다. 최 위원장은 “당 재정관리 사업에서는 일부 편향이 나타났다. 당 조직들은 자금을 예산에 규정된 대로 정확히 쓰는 질서를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예산의 효율적 사용을 촉구했다.지난 6일부터 열리고 있는 당 대회에선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의 부상이 주목받고 있다. 차관급인 그는 당 대회 집행부 39명에 속하지 않지만 대회 주석단의 두 번째 줄에 앉았다. 지난 7일 조선중앙TV의 당 대회 이틀째 영상에선 김정은의 옆에서 무릎을 꿇고 보고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그는 지난해 북한 권력 서열 2위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다음으로 김정은을 많이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당 대회에서는 중국과 북한의 서먹한 관계가 관측됐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 북한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노동신문은 9일자에서 “김정은 동지가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 개회사를 한 소식을 6일과 7일 여러 나라에서 보도했다”며 타스통신을 비롯한 러시아, 이란, 호주, 일본, 영국, 미국 매체의 동향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작 ‘혈맹’인 중국 매체의 동향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노동신문도 7일자에 각국 축전 중 중국 축전을 쿠바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축전보다 뒤에 실었다.
중국 정부는 이날 북한이 ‘핵 보유국’을 선언한 데 대해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며 “모든 국가가 시대 조류에 부합하는 노력을 기울이길 희망한다”며 “우리는 모든 국가가 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관련 결의를 준수하고 이를 집행해야 한다고 여긴다”고 밝혔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