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당 위원장"…북한, 3대 세습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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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년 전 김일성처럼…김정은 '제1 비서' 딱지 떼고 당위원장 올라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9일 조선노동당 대회에서 당 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북한 7차 당 대회 폐막 - 3대 세습 완성
최용해·박봉주, 정치국 상무위원 새로 임명
이수용, 정치국 위원에…여동생 김여정은 빠져
외신기자 30명에 대회장 취재 10분간 허용
김정은은 이날 폐회사를 통해 “나는 인민들이 맡겨준 당 위원장이라는 직책을 받아들여 투쟁의 길에서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당 대회는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대내외에 과시하고 이날 폐막했다. 당 대회에서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김정은과 김영남 상임위원장,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외에 새롭게 박봉주 총리와 최용해 당 비서가 뽑혀 상무위원이 총 5명이 됐다.김정은이 당 위원장에 오른 것은 자신의 조부인 김일성 주석과 비슷한 길을 걷는 것으로, 당을 중시하는 자세를 명확히 보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교도통신은 이번 위원장 취임에 대해 “김정은의 당 장악력을 강조하고 1인 지배 체제로의 진입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신화통신도 김정은이 조선노동당 위원장으로 선출됐다고 보도하면서 “1949년 6월30일 조선반도 남북의 노동당이 합병돼 통일된 조선노동당이 됐고, 김일성이 위원장에 당선됐다”는 내용을 함께 전했다.
김정은은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자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취임했다. 김정은은 2012년 노동당 제1비서에 오른 뒤 당대회 전까지 여전히 제1비서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당 비서국의 최고책임자 수준이었다. 36년 만에 열린 당 대회에서 새로운 직함인 노동당 위원장에 오름으로써 3대 세습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당과 군에 걸친 절대적인 지위 구축 작업을 완성한 것이다. 김일성 주석은 한때 당 중앙위 위원장(1966년 폐지)을 맡았다. 67년 만에 김정은이 위원장직에 오름에 따라 독자행보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이와 함께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는 이날 총회에서 정치국 위원 19명과 정치국 후보 위원 9명을 선출하면서 이수용 외무상을 정치국 위원에 진입시켰다. 관심을 모았던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정치국 위원에 선출되지 않았다.
아울러 당 중앙위는 새롭게 정무(政務)국을 설치했다. 반면 서기국 인사는 발표하지 않아 폐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당 대회 개최에 맞춰 100여명의 외신 취재진을 초청한 북한은 개최 나흘 만인 이날 처음으로 이들 가운데 30명가량을 대회장에 입장시켜 10분간 취재를 허용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앞에 나와 연단에 서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 명단을 발표하기 시작했으며, 제일 처음 김정은의 이름을 부르면서 ‘당 위원장’이라고 언급했다.노동당 1당 독재가 국가를 이끄는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을 감안하면 당 위원장은 국가의 ‘최고수위’에 올랐음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정일은 김일성이 사망하고 100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고난의 행군’ 시기에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선군(先軍)정치’를 내세웠으며 국방위원회라는 사실상 임시조직을 만들어 통치했다. 반면 김정은은 김정일 사망 후 5년간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숙청하는 등 공포정치로 집권 기반을 다졌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정은이 체제 위기를 극복한 데다 핵 보유국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번 당 대회를 ‘승리의 대회’라 규정했다”고 진단했다.
당 상무위원에 박봉주 총리와 최용해 당 비서가 뽑혀 모두 5명으로 늘어난 것도 당을 중시한 김일성을 뒤따르는 형태로 분석된다. 그동안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정은과 김영남 위원장,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 3명에 불과했으나 5명으로 늘어나 외형상 ‘민주주의’적 요소를 강화했다. 조선노동당 강령과 규약에 따르면 당 대회와 대표자회에서 결정한 사업을 조직하고 세부기관을 지도하는 기관이 당 중앙위원회다. 중앙위원회는 6개월에 한 번 소집되며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일상적으로 당의 모든 사업을 조직·지도한다.
이수용 외무상이 당 정치국 위원에 선출된 것은 향후 북·미협상 등을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반면 김여정이 정치국 위원이나 상무위원으로 선출되지 않은 점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지난 6일부터 열리고 있는 당 대회에선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의 부상이 주목받고 있다. 차관급인 그는 당 대회 집행부 39명에 속하지 않지만 대회 주석단의 두 번째 줄에 앉았다.
정태웅/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