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도시 이야기-포항] 철강도시서 환동해권 경제허브로…'제2 영일만의 기적' 쓰는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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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브랜드가 경쟁력이다 - 철의 도시 포항경북 포항시는 오는 7월 ‘환동해미래전략본부’라는 이름의 국 단위 조직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 본부에는 △환동해전략과 △형산강사업과 △해양산업과 △항만물류과 등 4개 과가 설치된다. 본부는 환동해 물류중심 도시 건설과 해양관광 인프라 구축 등의 업무를 맡는다. 철강도시를 넘어 중국 동북3성과 러시아 연해주, 일본을 잇는 환동해권의 거점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포항시의 구상을 실행에 옮길 조직이다.
환동해미래전략본부 신설…'영일만항 물류허브' 구축
중국 동북3성~러 연해주~일본 서해안
인구 1억6000만 '글로벌 경제벨트'
2020년까지 2조 투입 물동량 확충
포항시는 2014년부터 환동해권의 경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환동해권은 한반도 동해안, 일본 서해안, 중국 동북3성과 러시아 극동지역을 포함하는 글로벌 경제벨트다. 인구가 1억6000만명에 달해 성장 가능성이 큰 지역이지만 각각 자국의 변방에 자리 잡아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다.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은 2020년에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환동해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경제권이 세계 경제의 26.6%를 차지해 유럽과 북미에 이은 세계 3대 경제권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포항이 환동해권 거점도시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지리적 위치 덕분이다. 2009년 완공된 포항 영일만항이 국내외 상품을 러시아와 중국 동북3성으로 운송하는 데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영일만항은 러시아지역 항만까지 해상 거리가 부산항보다 100㎞가량 짧다. 일본 서해안과의 거리도 부산항보다 가깝다.
부산항은 태평양을 비롯해 세계 물류 허브 역할을 하고, 영일만항이 환동해권의 허브 역할을 맡는다면 두 항구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포항시의 판단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이 2014년 취임 직후 중국과 러시아를 잇달아 방문해 현지 업체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맺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포항 인근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밀집해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영일만항 옆에는 세계 최대 철강회사 포스코를 품은 포항철강산업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포항에는 선박·기계·정보기술(IT) 등 부품·소재기업들이 입주한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와 금속가공업체들을 위한 영일만일반산업단지도 있다. 포항에 있는 ‘강소기업’들이 자동차로 30분 이내 거리에 있는 영일만을 통해 제품을 해외로 실어나를 수 있다는 얘기다. 포항시 관계자는 “경북지역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을 포항에 모은 뒤 러시아와 중국 동북3성 등지로 수출하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지난해 4월 서울과 포항을 잇는 KTX가 개통되면서 수도권에도 2시간20분이면 닿는다”고 말했다.
영일만항이 환동해권 물류의 중심 항구로 거듭나기 위해선 컨테이너 물동량 확충이 필수적이다. 영일만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해 15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부산항(1945만TEU)의 1%에도 못 미쳤다. 국내 물동량 2위, 3위인 인천(237만TEU), 광양항(233만TEU)과 비교해도 10분의 1 수준이다. 대구·경북지역 수출입 물량은 대부분 부산항으로 향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포항시는 경상북도와 함께 2020년까지 2조원이 넘는 사업비를 영일만항에 투자해 연간 컨테이너 25만TEU를 처리할 수 있는 국제항만으로 변모시킨다는 계획이다.
포항=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